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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소미아 ‘中 견제 핵심’ 인식… 종료 땐 한미동맹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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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소미아 ‘中 견제 핵심’ 인식… 종료 땐 한미동맹 ‘시계제로’

입력
2019.11.13 17:30
수정
2019.11.13 20: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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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시 후폭풍은]

美, 세컨더리 보이콧ㆍ정보량 감축 등 지소미아 복귀까지 불이익 줄 듯

‘동맹 파트너’라는 신뢰 붕괴 땐 주한미군 감축으로 불똥 튈 수도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12일 평택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면 주변국에 우리가 약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12일 평택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면 주변국에 우리가 약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종료하면 한일 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높다. 미국 입장에선 안보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불신이 커져 전 방위적인 불협화음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소미아가 없더라도 2014년 한미일 3국이 체결한 삼각정보공유약정(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ㆍ티사)이 있기 때문에 3국간 군사 정보 공유에 문제가 없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티사는 미국을 매개로 한일이 정보를 주고 받아 신속성이 떨어지고 한일 양국 정부의 동의도 구해야 해 양국간 반목 상황에서 원활한 정보 공유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그간 여러 차례 “위기 대응시 시간이 중요하다”며 “티사를 통한 정보 공유는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해왔다.

더욱 심각한 점은 지소미아를 군사 정보 공유의 기술적 측면 이상의 의미로 미국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둔 인도 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3각 협력의 균열로 이어져 미국의 안보 이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주장이다. 마크 밀리 미 합참 의장을 비롯해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지소미아 종료로 중국과 북한이 이익을 볼 것이라고 거듭해서 언급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12일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주변국에 우리가 약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나 북한이 한미일 균열을 노리고 더욱 공세적인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대목이다.

지소미아 종료 이후 미국은 일단 한국 정부가 한미일 3각 협력의 축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고 지소미아 복원을 압박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으로 길들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에 제공하는 대북 고급 정보의 양을 줄이거나 시간을 늦추는 식으로 불만을 드러낼 수 있고 대북 제재와 관련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거론하며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송곳 검증할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국 기업의 대북제재 위반 사례를 거론하면서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만 언급해도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도 한국 정부가 끼어들 여지가 줄어들고, 한미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 방식도 더욱 거칠어 질 수 있다. 통상 분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타결로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여차하면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등이 압박 카드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지소미아는 한미일 협력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하면 미국이 호의를 가지고 한국을 대하지 않을 것이다. 한미 관계의 모든 측면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동맹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을 비용 측면만으로 인식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해왔던 것은 미 의회, 군 당국, 워싱턴 외교가이지만 한국 정부가 삼각 협력 축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지소미아 재고를 촉구하면서 “보통의 미국인들이 주한 주일미군 필요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거론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지소미아 파동까지 겹치면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등 한반도 전문가 일각에선 꾸준히 “한미 동맹의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올해 말까지 끝내 진전을 보지 못해 북한이 내년부터 한미일 균열을 노리고 더욱 과감한 무력 시위에 나서면, 지소미아 파동ㆍ방위비 인상ㆍ북한 도발이란 전례 없는 삼각 파고가 출렁이면서 한미 동맹은 그야말로 시계제로의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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