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1개 경찰서 실종사건 전담팀은 15개
어금니 아빠 사건 계기로 전담팀 설치 공언은 빈말
서울 A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여청수사팀) 실종전담요원인 수사관 김모씨는 최근 상사에게 다른 부서 전출을 요청했다. 하루 평균 20건씩 실종사건이 터지는데 전담 직원은 김씨 한 명뿐이라서 업무 부하를 견딜 수 없어서다. 김씨는 “실종전담팀이 없는 경찰서는 실종전담요원이 기존 업무도 하면서 실종자 처리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기 때문에 너무 힘이 든다”며 “지칠 대로 지쳐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2년 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계기로 “모든 경찰서에 ‘실종전담팀’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종 수사 전문 인력을 양성해 실종사건 대응력을 높이겠단 취지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서울 시내 경찰서 중 실종전담팀을 둔 곳은 절반에 불과하고, 그마저 인력 부족으로 현장에선 실종사건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13일 한국일보가 정보공개청구로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가운데 실종전담팀을 가동하고 있는 곳은 강남, 구로, 마포경찰서 등 15곳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16개 경찰서는 실종전담팀이 없다. 대신 여청수사팀 소속 수사관 중 일부를 실종전담요원으로 지정해 실종사건을 맡기고 있다. 실종전담요원의 경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과 같은 기존 업무 외에 실종사건을 과외로 떠맡는 식이어서 실종 수사 전문 인력으로 보긴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의 실종 사건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일선 경찰서에 접수된 실종 건수는 성인가출 1만3,789건, 실종아동(18세미만·장애인·치매환자) 8,674건을 포함해 총 2만2463건. 반면 서울 시내 전 경찰서에 배치된 실종전담팀과 실종전담요원을 합친 인력은 182명에 불과하다. 그마저 86명은 김씨처럼 실종전담요원이라 기존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실종사건을 맡아야 하는 형편이라, 하루 평균 61건 꼴로 발생하는 실종 사건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청수사팀에서 실종전담요원으로 지정된 경찰관 이모씨는 “성폭력 사건 외 실종사건만 7건씩이나 미제로 남아있다”며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실종사건 처리와 관련한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지 않으면 민생치안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실종전담요원 형태의 편법 운영으로는 일선 경찰관의 불만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종 사건은 자칫 살인 등 강력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발생 초기 정밀한 대응이 필수적이다”면서 “경찰을 증원하거나 경찰 업무를 재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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