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조철수ㆍ램버트 만나”… 北 “연내 북미 정상회담 안 열리면 기회 사라져”

이달 초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MNC)에서 북미 당국자가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MNC에 참석한 토머스 컨트리맨 전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 대행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 사이에 만남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회동에서 나온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7~9일 열린 MNC에는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대북특사,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해 각 정부 대표들의 회동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국내 언론을 통해서는 조철수 국장과 램버트 특사 등이 잠시 조우하긴 했어도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접촉 외에 본격적인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컨트리맨 전 대행은 이어 MNC에서 북한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과거와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언급하고, 전 세계 비핵화와 평화를 향한 북한의 의지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당시 북한의 조 국장은 “기회의 창이 닫혀 가고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체제 안전보장과 제재 완화 등에 대한 미국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 역시 13일 기사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대화의 기회는 사라진다”며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합의 없이 종료된 후 계속 북한과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히면서도,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실무 협상 재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지도자대회’에 참석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매우 긍정적인 합의를 보기 전까지는 또 다른 만남은 도움이 안 된다”며 3차 북미 정상회담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협상에 있어 정말로 강경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 내부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어 협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토드 영 공화당 의원은 같은 날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대담회에서 ‘미 정부가 북핵 협상 재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미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에게 어떤 내부적 위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자주 내놓는다”며 우회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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