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시타날라 한센인 마을
※ 인사할 때마다 상대를 축복(슬라맛)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2019년 3월 국내 일간지로는 처음 자카르타에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는 격주 목요일마다 다채로운 민족 종교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의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를 선사합니다. 한국일보>
물질을 나누는 일, 한두 번 몸을 움직이는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러나 선행도 쳇바퀴 돌듯 굳으면 일상의 무게에 짓눌리는 법이다. 최영미(48) 김동식(45)씨 부부는 돈과 시간을 쓰고 심신이 축나는 한센인 의료 봉사를 2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불쌍하다는 생각은 희미해지고 어느덧 가족 같아서”라고 했다. 두 딸 예빈(18) 시아(14)양은 든든한 조력자다.
2017년 5월 인도네시아의 한센인 집단촌인 반텐주(州) 탕에랑(탕거랑)의 시타날라(sitanala) 마을을 처음 찾았을 때, 임상병리사인 최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환부 소독)밖에 없다’고 마음먹고 석 달 뒤부터 한 달에 두 번 그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그가 챙기는 한센인은 현재 진료기록지상 899명으로 마을 전체 한센인 수(900여명)와 맞먹는다. 현지인 의사가 합류하면서 치과 및 내과 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중부자바주(州)의 도노로조 한센인촌에서 두 달에 한 번 6시간 봉사하려고 자카르타에서 차로 12시간을 달려간다.
김씨는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시타날라 아이들이 눈에 밟혀” 아예 공부방을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 꿈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대학도, 대학원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최씨 부부는 지난해 ‘세상 밖으로’라 이름 붙인 소풍도 다녀왔다. 덕분에 한센인들은 난생처음 바다를 품었다. “바다를 보여 줘서 고맙다” 유언한 한센인도 있었다.
부족한 약품과 인력이 부부에겐 늘 아쉽다. 대부분의 약값은 평일 무역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는 최씨 월급에서 나간다. 최씨는 “생각지 못한 후원과 한인 사회의 도움으로 매달 기적처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자비로 사역하는 기독교 평신도 선교사인 최씨 부부는 소망한다. “우리나라가 외국인 선교사의 헌신으로 한센병이 치유되고 한센인들의 삶이 변화한 것처럼, 인도네시아 한센인들의 디딤돌로 쓰이기를.”
탕에랑(탕거랑)=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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