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주지 못할 것 같으니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는 사장의 통보를 받고 회사를 그만뒀다면, 직원의 의사에 따른 퇴직이 아니라 일방적 해고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A씨 등 2명이 식당 사장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ㆍ제출하게 한 때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2016년 강원 원주시 한 식당에서 근무하다 사장으로부터 ‘식당 운영이 실패한 것 같아 더는 모두를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 12월에는 월급마저 지급하지 못할 수 있으니 더 좋은 곳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다음날 출근해서도 사장은 비슷한 의사를 전달했고, 이들은 바로 식당을 그만뒀다. 며칠 후 이들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식당 사장으로부터 해고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냈고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1ㆍ2심은 모두 사장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장이 직원 중 누구에게도 명시적으로 ‘그만두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직원 일부를 해고하려는 의사가 있었을지라도 해고될 사람이 누구인지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식적으로 A씨 등이 자진해 식당을 그만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 사장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직한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며 “식당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이 필요했다면 직원 중 해고할 사람을 특정했어야 함에도 근로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형식을 취해 직원 모두에게 자진 사직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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