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가락 끝마디가 일부 절단되는 피해를 입었더라도, 이를 신체 기능이 상실된 불구(不具)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13일 나왔다.
A(55)씨는 올해 초 서울의 한 공터에서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어 상대편인 B씨의 손가락을 깨물어 잘리게 했다. 이 때문에 B씨는 4차례에 걸친 접합수술 등을 받아야 했지만, 최종적으로 새끼손가락 마지막 뼈마디의 20%가 절단되는 장애를 입었다. A씨는 ‘중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적용된 중상해 혐의를 그대로 인정, A씨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균용)는 중상해가 아닌 상해 혐의만 적용, A씨의 형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깎았다.
재판부는 ‘7년 이하 징역형’ 등을 규정해둔 일반상해죄와 달리 중상해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으로 훨씬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해뒀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할 수 있는 죄인 만큼 ‘생명의 위험이나 불구나 불치ㆍ난치에 이를 정도’라고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 붙는 만큼, 새끼손가락이 일부 절단된 건 그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형법상 ‘불구’란 단순히 신체 일정 부분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 사지절단 등 중요부분이 상실됐거나 시청각ㆍ생식기능 등 중요한 신체 기능이 영구적으로 상실되는 등 중대한 불구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한정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새끼손가락의 마지막 마디 부분 20% 정도를 상실한 것을 형법상 ‘불구’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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