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데이터 전쟁] <하> 데이터 주권의 보루 데이터센터
박원기 NBP 대표 인터뷰 “10만대 이상의 서버 로봇으로 관리”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 미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며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현지 이용자와 기업들에게서 나오는 각종 자료(데이터)를 모으는 ‘보물창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는 해외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빨아들이는 현상을 ‘데이터 제국주의’라고 표현했다.
데이터센터는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는 무기이자 반대로 자국 이용자의 데이터를 지키는 보루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설, 운용, 솔루션 개발까지 자체적으로 총괄하는 데이터센터를 강원 춘천에 구축한데 이어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세종시에 대규모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박원기 대표를 서울 역삼동 NBP 사무실에서 만나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전략을 들어봤다. NBP는 네이버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데이터센터를 총괄하는 계열사다.
◇”5,400억원 이상 투입해 로봇친화적으로 건립”
-네이버가 두 번째 데이터센터 부지로 세종시를 선정한 이유는
“세종시는 2곳의 부지를 제출했는데 그 중 한 곳이 객관적 선정 기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장 실사를 나가보니 여러 후보지 중 유일하게 개발되지 않은 원형 토지여서 자유롭게 개발할 여지가 많았다. 주변에 갈등 요인이 될만한 위험시설이나 묘지, 농지도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전기 공급 용량인데 세종시는 큰 변전소가 있어서 200메가볼트암페어(MVA) 이상의 전기를 바로 공급할 수 있다. 또 금강이 있어서 냉각수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세종 데이터센터의 특징은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최소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인데 아시아에 하나도 없다. 또 로봇 친화적으로 설계한다. 무거운 서버를 로봇이 옮기고 설치할 것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랩에서 로봇을 만들어 공급한다. 사람과 대화하는 고객 관리 로봇, 장애 대응 로봇도 도입해 사람이 할 일과 로봇이 할 일을 조화롭게 안배할 계획이다. 춘천 데이터센터에 도입한 자연 바람을 이용한 ‘프리 에어쿨링’ 기술도 적용할 것이다. 춘천 데이터센터는 바람을 이용해 서버의 열기를 식히기 때문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날이 연간 23일 정도다. 세종 데이터센터도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가 될 것이다.”
-비용이 꽤 많이 들겠다
“춘천 데이터센터보다 규모가 6배나 커져서 투자비가 당초 예상한 5,400억원을 웃돌 것이다.”
-춘천 데이터센터의 명칭인 ‘각’은 우리 선조들이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각’에서 따왔다. 세종 데이터센터에 어떤 이름을 붙이나.
“인간의 기록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개인과 국가에 도움될 만한 명칭을 붙일 것이다. 데이터는 어제와 오늘, 내일로 연결되며 영속성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연결’의 의미를 살릴 것이다.”
-건립 일정은?
“내년 1,2월에 공사를 시작한다. 완공까지 2년 이상 걸려 2022년 가동이 목표다. 건물은 한 번에 완성하지만 시설 가동은 한꺼번에 전체를 가동하지 않고 모듈 식으로 일부분씩 가동할 것이다.”
-데이터센터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 데이터가 풍부한 나라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 데이터다. 많은 국민이 매년 건강검진을 하며 피를 뽑고 엑스선 사진을 찍어 데이터로 보관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우리나라는 건강관리 연구의 가장 기초가 되는 생체 데이터의 보석 같은 곳이다. 또 국민들의 데이터 창작과 소비 욕구도 왕성하다.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보관하려면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즉 시장이 필요로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스코, 에퀴닉스 등 데이터센터 운영 솔루션을 가진 업체들과 적극 제휴할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데이터 센터를 외국 기업에 맡기는 것은 국부가 빠져나가는 일”
-데이터센터를 데이터 주권의 보루로 보는 이유는
“데이터 주권은 내가 만든 데이터를 저장부터 유통, 소비, 관리까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외국기업 등 남의 손에 데이터를 맡겨 놓으면 마음대로 하기 힘들다. 네이버는 데이터의 영속성을 위해 데이터를 영원히 남기려는 의지가 있다. 특히 개인들의 데이터 중에 금융이나 거래기록처럼 중요한 사업적 가치가 있는 정보들이 있다. 이를 보면 특정인의 재산, 소비 형태를 알 수 있어서 이를 겨냥한 판매촉진(마케팅) 활동이 가능하다. 이런 데이터를 해외 기업이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부가 빠져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산업도 데이터 주권과 관련 있다고 보나
“클라우드 산업은 데이터 주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유행처럼 무조건 외국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호한다. 남들이 많이 쓰고 유명한 것을 따라갈 뿐 좋고 나쁜 것을 검토하지 않는다. 외국 거대 기업들은 한국 시장 규모가 작아 우선 순위를 두지 않는다. 고객의 요구에도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11월 아마존웹서비스(AWS) 장애처럼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반면 네이버는 국내 기업이어서 24시간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고객을 상대한다. 그만큼 안정적 서비스가 가능하고 우리 기업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해 내놓을 수 있다.”
-내년 목표와 계획은
“내년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2배 이상 성장하는 해가 될 것이다. 궁극적 목표는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을 뛰어넘는 것이다. 아마존의 서비스를 우리도 모두 제공하자는 전략이다. 이미 134개의 클라우드 서비스 상품을 갖고 있어서 100개 남짓한 아마존보다 많다. 기술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기술로 평가해 달라. 네이버는 7개국에 10개의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다. 그만큼 아마존 구글 못지 않게 해외 연계 서비스도 가능하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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