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 구충제를 챙겨 먹는 사람이 늘어난다. 채변봉투나 학교에서 구충제를 나눠 주는 모습은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된 요즘 구충제를 먹어야 할지 말지 고민된다. 하지만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기생충 감염건수가 2,190건에 달한다고 하니 아직까지 우리가 기생충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 없다. 유기농 식품이 각광받고 해외여행이나 반려 동물로 인해 바뀐 생활환경 때문이라고 하니 기생충 감염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올바른 복용법을 알아 두면 좋다.
기생충은 주로 익히지 않은 채소나 소·돼지고기, 민물고기 등을 먹을 때 감염된다. 약국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알벤다졸’ 성분의 구충제는 기생충의 포도당 흡수를 억제함으로써 에너지를 고갈시켜 살충효과를 나타낸다. 다행히 알벤다졸이 사람에게는 거의 흡수되지 않아 사람의 포도당 대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구충제는 만 2세부터 복용할 수 있다. 일부 구충제는 동물에서 태아 독성과 기형 발생이 보고돼 임신부와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먹지 말아야 한다. 주요 부작용은 두통·어지러움·구역감·복부불쾌감·설사 등이 있다. 드물게 발열·가려움·두드러기 등 과민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구충제는 대부분 단기간 사용하지만 장기간 먹으면 간이나 혈액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정기 검사를 해야 한다.
기생충 감염에 따른 치료도 중요하지만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 올바른 손 씻기와 더불어 침구류를 햇볕에 말리고 칼·도마는 가열 소독하는 것이 좋다. 또한 채소·과일은 씻고, 껍질을 벗겨 요리하고, 어패류나 육류는 익혀 먹으면 기생충 감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요즘 소셜미디어(SNS)에서 구충제가 뜨거운 화제다. 구충제가 항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다. 말기 암환자와 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구충제는 아직 사람에게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없고,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한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도 있다. 대한암학회도 구충제를 항암 효과를 위해 고용량, 장기간 투여하면 혈액·신경·간 등에 심각한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항암제로 사용되려면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지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박창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종양약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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