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합의 근접했다며 엄포… 관세 철폐가 막바지 걸림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 1단계 무역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상 타결이 무산되면 대규모의 관세를 중국에 퍼부을 준비가 돼 있다고 또다시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동안 그가 여러 차례 밝혔던 것과 동일한 원론적 수준의 언급이지만, 최근 ‘관세 철폐’ 합의 여부를 둘러싼 미중 정부 간 이견이 불거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이터통신ㆍ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진행된 ‘뉴욕경제클럽’ 연설 도중 미중 협상가들이 1단계 무역 합의에 근접했다고 한 뒤, 중국에 대해 “그들은 죽도록 합의를 하고 싶어 한다. (다만) 합의를 할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합의에) 근접해 있다. 실질적인 1단계 대중(對中) 무역 합의가 곧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단지 그것이 미국과 우리의 노동자, 위대한 기업들을 이롭게 할 때만 합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를 가정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해 상당히 큰 규모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는 우리에게 못되게 구는 다른 나라들에도 적용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결국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문 서명을 앞두고 긍정적 전망과 함께, 대중 압박도 계속 이어간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0,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3차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이 종료된 직후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뒤이어 지난 7일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단계적 관세 철회에 합의했다”고 발표, 협상 타결 전망을 한껏 높여 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튿날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하면서 미중 무역협상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특히 칠레가 자국에서 16,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격 취소, 이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만나 1단계 합의문 서명식을 하려 했던 당초 구상도 틀어짐에 따라 양국 간 막판 힘겨루기도 길어지는 모습이다.
WSJ는 “미국과 중국이 ‘제한적 무역협상’ 타결에 이르는 데 관세가 주요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1단계 합의와 관련, 기존에 부과했던 관세를 (모두) 철회하는 데 동의할지, 아니면 12월 15일 발효 예정인 관세만 취소할 것인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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