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이뤄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자신의 무역정책이 낸 성과로 또다시 꼽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개정 이전 FTA로 한국이 25만개 일자리를 추가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협상 결과를 비판했으나, 이번에도 그 수치에 대한 근거는 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중국과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무역협상 성과를 언급하던 중 한국과의 FTA 개정을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전임 (오바마) 정부의 실패한 무역 합의를 재협상했다”며 “새 합의로 미국 기준에 따라 한국에 팔릴 수 있는 미국 자동차 수를 두 배로 늘리고, 소형 트럭에 붙는 ‘치킨세’로 알려진 25%의 미국 수입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년 9월 서명된 개정안 가운데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면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 한국의 수입 물량을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리고 △미국이 2021년 철폐 예정이던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를 2040년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한 부분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직전 정부의 합의는 25만개 일자리를 추가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맞았다. 25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됐다”며 “불행하게도 그 일자리는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갔다. 그게 우리가 처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5월 한 유세에서도 오바마 정부의 합의가 실제로는 미국 일자리 25만개를 희생시켰고, 자신이 일자리 회복과 미국 자동차 산업을 위해 전면적 재협상을 진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날 또다시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6개월 전 ‘25만개’ 발언과 관련, 미 언론들에서는 ‘과장된 수치’, ‘근거가 약하다’ 등의 지적이 나왔었다. 예컨대 당시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정부가 추정한 일자리 창출 규모가 7만개였다고 반박하며 “25만개 일자리 주장을 믿을 만한 추정치를 찾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에도 한미 FTA 개정을 “우리에게 환상적인 합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게 됐다”고 하는 등 자신의 무역 치적 중 하나로 수차례 언급해 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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