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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생아 두개골 골절

입력
2019.11.14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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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머리 뼈는 아직 골화(骨化)가 덜 된 상태여서 계란 다루듯 조심해야 한다. 중국 당나라 의학서에도 “아이가 태어나면 곧바로 안아주고, 안거나 목욕시킬 때는 목덜미와 척추를 잘 보호하라”고 했다. 최근 국내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진과 산모도우미의 실수가 많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신생아를 함부로 대한 사례도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생아 머리 뼈는 아직 골화(骨化)가 덜 된 상태여서 계란 다루듯 조심해야 한다. 중국 당나라 의학서에도 “아이가 태어나면 곧바로 안아주고, 안거나 목욕시킬 때는 목덜미와 척추를 잘 보호하라”고 했다. 최근 국내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진과 산모도우미의 실수가 많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신생아를 함부로 대한 사례도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8월 경기 성남시 모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29주 미숙아가 태어났다. 의사가 아기를 인큐베이터로 옮기는 도중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 미숙아는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8시간 뒤 숨졌다. 병원 측은 사망진단서에 ‘병사(病死)’로 기록했고 아기의 의료 기록 일부도 삭제했다. 그리고 2년 넘도록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올해 4월 아기의 옛 초음파 사진에서 두개골 골절과 출혈 흔적을 확인하고 의사 2명을 구속했다.

□ 부산 한 산부인과에서 생후 닷새 된 신생아가 두개골 골절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 TV에는 간호사가 신생아의 배를 양손으로 잡아들고 바구니에 던지듯 내려놓는 장면, 신생아 발을 한 손으로 잡고 옮기거나 수건으로 툭툭 치는 장면이 찍혔다고 한다. 지난달 20일 무호흡 증세를 보여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이 신생아는 두개골 골절에 따른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부모가 아기를 마지막으로 본 직후 2시간 분량의 CCTV 영상도 사라졌다. 경찰은 간호사의 학대 행위가 골절 사고와 관련 있는지 수사 중이다.

□ 신생아 머리 뼈는 달걀처럼 둥근 모양이다. 골화(骨化)가 덜 돼 매우 연하다. 좁은 산도(産道)로 분만이 가능한 이유다. 머리 뼈는 막처럼 생긴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이마 뼈와 머리 중앙의 마루 뼈 사이 공간은 2, 3세가 되면 닫힌다. 나머지 공간도 점차 닫혀 뼈가 된다. 신생아 골절 사고는 드물지만, 어른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침대나 식탁에서 떨어지면서 생기기도 한다. 신생아 머리 뼈는 연한 상태여서 잘 부러지지 않고, 부러졌더라도 자연스레 붙는 편이다.

□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아기의 머리를 뜨겁게 하면 머리 뼈 사이 결합이 늦어져 종기가 나고 안질이 잘 생긴다”면서 “머리를 서늘하게 하라”는 육아법을 제시했다. 중국 의학서 ‘천금방(千金方)’은 “아이가 태어나면 곧바로 안아주고, 목욕시킬 때는 목덜미와 척추를 잘 보호하라”고 했다. 조선시대 왕실과 양반가에선 유모 고르는 일을 ‘아기의 스승을 뽑는 것’이라고 여겼다. “유모는 정신이 맑고 건강하며 성정이 온화하고 질병이 없어야 한다. 특히 희로애락의 감정을 조절하여 삼갈 줄 알아야 한다.”(태산요록) 산부인과 의료진과 산후조리원 도우미에게 들려줘야 할 얘기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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