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마다가스카르 대선도 개입… 뇌물 살포, 가짜뉴스 유포, 컬트 지도자 고용”
러시아가 지구촌 곳곳의 선거에 자꾸만 개입을 시도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방의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는 정치적 동기도 분명 있지만, 그 저변에는 러시아가 선호하는 후보를 권좌에 앉힘으로써 크렘린궁과 결탁한 신흥 재벌(올리가르히)의 이익을 챙겨 주려는 속셈이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를 치른 아프리카 남동부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현지 르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마다가스카르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보여 주는 가장 명백한 최신 사례 중 하나라는 게 이 신문의 결론이다.
NYT에 따르면 작년 11월 7일 마다가스카르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가 벌인 ‘작전’은 지난 2016년 미 대선 개입과 흡사했다. 러시아인들은 현지 호텔에 본부를 차린 뒤, 학생들을 고용해 현지어로 신문을 출판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9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헤리 라자오나리맘피아니나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돕는 기사를 쏟아내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트롤 부대’를 가동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한편, 경쟁 후보들에게 금품을 건네고 후보직 사퇴를 유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야당 분열 조장’을 위해 종말론을 퍼뜨리는 종교집단 지도자를 고용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은 러시아에 특별히 전략적 가치가 없을 듯한 마다가스카르의 대선에까지 왜 굳이 개입했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 미국과 러시아 간 세력 다툼에 있어 마다가스카르는 지정학적 요충지라고 보긴 어렵다. 그런데도 이 나라 대선 개입 작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하에 전개됐다”고 NYT는 러시아 내부 문서를 인용해 지적했다.
해답은 지난해 3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라자오나리맘피아니나 당시 대통령의 ‘비밀 회동’을 보면 풀린다. 이 자리에는 ‘푸틴의 셰프’로 알려진 러시아의 신흥재벌 예브게니 프리고친이 배석했다. 마다가스카르 대선을 앞두고 그의 기업은 이 나라 국영기업의 지분을 대거 인수했고, 이를 통해 금과 다이아몬드 등 광석 채굴권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러시아의 마다가스카르 대선 개입은 서방 민주주의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모스크바의 캠페인에 부합하지만, 훨씬 단순한 목표가 있다. 바로 물질적인 이익(profit)”이라며 “이득을 얻고자 정치를 재구성하려는 아프리카 침투 전략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프리고친은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에서 기소되기도 했다.
물론 러시아의 이런 시도가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마다가스카르 대선에서 승리한 건 야권의 안드리 라조엘리나 후보였다. 다만 러시아는 선거 과정에서 자신들의 애초 선택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재빠르게 라조엘리나 후보 쪽으로 돌아섰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러시아의 입장 변화는 효과가 있었다. 프리고친의 회사는 새 정부와 협상을 통해 여전히 채굴권을 갖고 현지에서 활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성과물을 낸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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