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후보 거론되는 중국 대표작가… ‘세계작가와의 대화’ 행사로 내한
“자유와 존엄을 위한 인류의 모든 노력은 가치 있고 소중합니다. 그 어떤 이유든 간에 상관없이, 그 어떤 형태의 폭력도 반대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중국 문학계 거장 옌롄커(61) 작가가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개최한 ‘세계작가와의 대화’ 행사 초대 작가로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그는 12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유와 민주를 위한 인간의 치열한 노력”이라고 답했다.
옌롄커는 위화, 모옌과 더불어 현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3대 작가로 꼽힌다. 중국 최고 권위 루쉰문학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된다. 중국 사회의 모순을 가감 없이 묘사하고 삶의 고통과 절망을 표현하는 작품을 써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려왔다. 중국 허난성 출신으로 런민(人民)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 첫 번역 소개된 ‘인민을 복무하라’를 비롯해 ‘딩씨 마을의 꿈’ ‘사서’ ‘연월일’ 등이 국내에 출간돼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지만, 옌롄커는 이날 스스로를 ‘실패한 사람’이라고 거듭 지칭했다. “작가로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작품 하나를 써내는 것인데, 제 작품 중 진정한 독창성과 창의력을 발휘한 작품은 없습니다. 비슷비슷한 소설들은 실패한 소설입니다.” 그는 중국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로 불리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시대의 중대한 전환 속에서 한 무리의 구경꾼 가운데 맨 뒷줄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옌롄커는 “중국에는 훨씬 우수하고 훌륭한 지식인들이 많으며, 그들에 비하면 나는 나약하고 유약하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비판적 자아성찰과 달리, 옌롄커는 현재 중국문학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된다. 특히 탈혁명, 탈사회주의 시대에서도 땅과 노동, 인간의 생존과 욕망을 끊임없이 천착한 작품 세계로 널리 알려졌다. 옌롄커는 이날도 “중국 경제가 최근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아무리 경제적 수익이 막대해도 14억 중국 인구로 나누면 큰 숫자가 아니다”며 “이 14억 인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부분에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현재도 정부에 의한 검열과 억압이 횡행한다. 옌롄커의 작품 8권이 중국 내에서 금서로 지정돼 있다. 옌롄커는 “검열 제도는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유의 억압”이라면서도 “위대한 작품은 작가에게 달린 것이지 그 작가가 속한 체제에 달린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의 중국에서 태어난 것은 작가로서 큰 행운”이라며 “소설을 쓰기 위해 특별한 영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책을 읽을 때면, 내가 읽는 책이 중국의 현실보다 훨씬 단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유의 측면에서는 한국 작가들이 훨씬 가진 게 많겠지만, 글쓰기 자원으로만 보면 중국 작가들이 한국 작가들보다 훨씬 더 큰 행운을 누립니다.”
김애란과 한강, 황석영 등 인상 깊게 읽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김 작가에 대해서는 “’달려라 아비’를 읽으며 강렬한 힘과 동시에 아주 섬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의 동년배 작가에 비해 훨씬 힘 있는 단편을 쓰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옌롄커는 이번 방한 기간 중 ‘침묵과 한숨-내가 경험한 중국과 문학’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강연을 소화할 예정이다. 12일 저녁에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교보인문학석강’을 하고, 13일 오후 2시와 5시에는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각각 강연한다. 신작 ‘빨리 함께 잠들 수 있기를’이 곧 대산세계문학총서로 출간된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