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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운행 막은 홍콩 시위대... 中 “법 집행 막으면 현장서 사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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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운행 막은 홍콩 시위대... 中 “법 집행 막으면 현장서 사살해야”

입력
2019.11.12 16:32
수정
2019.11.13 01:0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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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가 12일 출근길 지하철 운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경찰의 진압에 맞서자 승객들이 멈춰선 열차에서 내려 철로 위를 걸어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 시위대가 12일 출근길 지하철 운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경찰의 진압에 맞서자 승객들이 멈춰선 열차에서 내려 철로 위를 걸어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경찰의 충격적인 실탄 발사 다음날인 12일, 홍콩 전역은 시위대와 무장경찰이 곳곳에서 맞붙으며 또다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홍콩 교통의 핵심인 지하철 운행을 차단하며 투쟁 동력을 끌어올렸고, 경찰은 대학 캠퍼스와 성당까지 쳐들어가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면서 공권력 행사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내세워 ‘현장 사살’을 포함해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며 군 투입 가능성을 재차 내비쳤다.

이날 시위대의 공격 타깃은 지하철이었다. 홍콩 지하철은 거의 2분 간격으로 신속하게 운행하는 터라 선로가 막히면 시민들의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오갈 수 없는 시민들이 파업과 휴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이에 시위대는 철로 위에 벽돌과 상자를 던지고, 객차와 승강장 사이에서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며 교통대란을 유발했다. 특히 평일 출근시간에 동시다발로 이 같은 시위를 벌이면서 홍콩 지하철과 역사는 폐쇄와 중단, 운행 지연을 반복하며 사실상 제 기능을 잃었다.

전날 시위자를 겨냥한 경찰의 실탄 총격을 계기로 시위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6월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수십~수백만이 집결하는 대규모 주말집회에 치중했다면, 이후 경찰이 적극적으로 체포에 나서면서 사방에서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로 바꿨다. 하지만 이조차도 복면금지법 시행 이후 수세에 몰리자 이제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도시기능에 타격을 입히며 정부를 괴롭히는 ‘핀 포인트’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위 강도는 약해 보이지만 시위대가 전략을 바꾸면서 과거 방식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여전히 화염이 치솟고 최루탄이 난무했다. 경찰은 11일 처음으로 캠퍼스 안에 진입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진압한 데 이어 12일에도 강제진압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성당과 가정집까지 쫓아가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느라 경찰이 성직자,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권력을 앞세우면서 시위 진압의 마지막 ‘성역’이 사라진 것이다.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홍콩을 마비시키려는 급진주의자들의 행태는 지극히 이기적”이라며 “폭력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시위를 이끄는 조슈아 웡 홍콩데모시스토 비서장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임신한 여성이 경찰들에 둘러싸여 최루액을 잇달아 맞고 쓰러진 후 강압적으로 체포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홍콩의 뒷배인 중국은 한술 더 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일 “전날 홍콩 경찰의 발포는 총기를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의 정당한 조치”라고 옹호하며 “시민에게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는 폭도의 행위는 IS(이슬람국가) 테러집단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특히 “시위대가 공권력을 위협하며 맞선다면 현장 사살을 포함해 어떤 법적 책임이라도 져야 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기본법에 따라 무장경찰과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으로도 경찰의 실탄 사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중국 관영 매체가 군 투입을 거론한 것은 지난 7월 말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 문제를 총괄하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는 홍콩에 인접한 하이난(海南) 시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홍콩 사태가 격화되자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폭력 사태를 규탄하며, 폭력의 희생자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홍콩 경찰과 시위대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당하지 않은 치명적인 폭력 사용을 규탄한다”며 전날 홍콩 경찰의 실탄 사격을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한편, 실탄 사격이 발생한 11일 하룻동안 부상자가 99명에 달했다. 이 중에는 83세 노인과 4개월 영아도 있다고 홍콩 현지 언론이 12일 전했다. 또 지난주 266명이 체포된 데 이어 11일 하루에만 287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체포 인원 가운데 최연소는 11살 어린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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