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청사 전경. 세종시 제공.

세종시가 출범 이래 최악의 재정 상황에 직면했다. 공동주택 입주물량 감소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지방세 수입이 크게 줄면서 지역개발기금에 지방채 발행, 은행 빚까지 내며 내년에는 2700억원에 육박하는 빚더미에 올라앉기 때문이다.

12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개발사업을 비롯한 각종 대형사업 추진을 위해 800억원의 지역개발기금을 융자받았다.

시는 올해도 주민복리 증진과 지역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280억원의 지역개발기금을 조달했다. 융자 지원 조건은 이율 연 2.0%에 5년 거치 10년 균분상환이다. 사실상 이자를 내야 하는 빚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내년에도 500억원의 지역개발기금을 추가 융자받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3년 간 시의 지역개발기금 융자 규모만 1,580억원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세종시청 인근의 텅빈 상가 모습. 세종시는 경기 침체에 정부의 강력한 규제 등으로 부동산 거래가 크게 줄면서 지방세수가 급감하는 반면, 각종 개발사업 수요가 많아져 내년에 출범 이래 가장 큰 빚을 떠안을 형편이다.

시는 지역개발기금보다 이자가 비싼 외부 은행 빚도 낸다. 은행 빚은 300억원 규모로 시 금고인 농협에서 일시 차입하기로 했다.

시는 이도 모자라 내년에 군비행장 등 지역개발사업비 조달을 위해 763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키로 했다. 이미 행안부에 이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시의 내년 빚 규모는 총 2,658억원으로 2012년 출범 이후 최악의 재정여건에 놓일 전망이다.

이로 인해 올해 9월 기준 7.6%인 부채 기준은 내년에 14.4%로 2배 정도 커진다. 전국 17개 시ㆍ도 평균(15%)보단 낮지만 재정에 드리운 먹구름은 갈수록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시의 재정자립도도 올해 전국 2위 수준인 72.7%에서 내년에 64.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 빚을 내는 것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탓에 부동산 거래가 위축돼 지방세수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방세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래세는 2017년 정부의 투기지역 등 3중 규제의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2017년 3,318억원에서 지난해 2,946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도 2,396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수가 줄고 있는 반면, 공공시설 관리 등 고정비용에 읍ㆍ면동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을 비롯한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지출 수요가 증가하며 재정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아울러 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공공시설을 계속 넘겨받으며 유지관리비도 갈수록 늘어나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세종시 행정도시 완성단계인 오는 2030년에 필요한 공공시설물 유지관리비는 연간 1,25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시가 세수 추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식 세종시의원은 “내년에 발행하는 지방채는 2.2%의 이율이 적용되는데 이는 기획재정부 공공자금(1.466%)보다 0.8% 가량 비싸 불필요한 이자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면밀한 계획을 세워 대비했다면 12억원 정도로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재정이 열악한데도 올해 1회 및 2회 추경 등 1,237억원을 증액했다”며 “미리 사업을 감액 편성했다면 올해 3회 추경 융자로 지방채와 지역개발기금 등을 발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질타했다.김 의원은 여기에 2016년 중기지방재정계획과 결산액 세입액의 차이가 5,000억원이 넘게 차이 난다는 점을 들며 허술한 행정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했다. 김 의원은 “총 융자액에 대한 이자는 수백억원에 달해 훗날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유한국당 세종시당도 논평을 통해 “그간 혈세를 흥청망청 쓰던 세종시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지금은 빚을 내 살림을 꾸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대책도, 사과도 한마디 없다”고 비판했다.

시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지만,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자체 사업 예산을 조정ㆍ축소할 수밖에 없어 실무 부서들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면서도 “지방세수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채무비율도 전국 평균으로 볼 때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장적 재정운영을 통해 복리와 편익 증진, 미래 먹거리 등을 위한 투자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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