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혐의 224명 세무조사… 김상조 경고 후 세무당국 가세
30대 이하 74%, 편법증여 검증… 미성년자 6명이나 포함
세 살배기 A양 가족은 A양 명의로 주택 2채를 전세 끼고 샀다. 매입자금은 아버지가 현금으로 지불했지만 증여세 신고는 하지 않았다. 세입자에게 임대보증금을 돌려줄 때는 할아버지가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편법증여가 이뤄졌다. 이들에겐 세무조사를 통해 수억원대 증여세가 추징됐다.
연예인 배우자 B씨는 남편과 공동 명의로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였다가 자금출처 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이 B씨가 특별한 소득이 없다는 점을 주목한 것인데, 조사 결과 B씨는 남편에게 아파트 대금을 편법 증여 받은 사실이 드러나 증여세를 물었다.
국세청이 고가의 아파트 구매나 전세 계약을 맺은 사람 가운데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탈세 혐의자 224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나선다고 12일 발표했다. A양, B씨 사례처럼 부동산 거래를 악용한 편법증여 사례도 공개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에 이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특정 지역의 고가 아파트 구매자들은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말하는 등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가운데 세무당국도 가세한 셈이다.
◇30대 이하 아파트 구매자 집중검증
국세청은 이날 “최근 서울과 일부 지방의 고가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서 정당하게 세금을 신고ㆍ납부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조사 착수 배경을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9억원 초과 물량 비중은 28.7%로 2017년 1분기(11.6%)의 2.5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집중 검증 대상은 30대 이하다. 통상 중장년층에 비해 자산이 적은 이들 연령층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구매자의 28.3%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실제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 중 30대 이하는 74%(165명)에 이르고 미성년자도 6명 포함됐다. 조사 대상 지역은 이른바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등 서울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과 경기 과천시, 대표적 지방 집값 상승 지역인 대구 대전 광주 등이 포함됐다.
조사 대상엔 취업 3년차에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부모로부터 자금을 증여 받고도 이를 숨긴 혐의가 있는 20대 직장인, 전업주부이면서도 남편에게 편법 증여를 받아 주택 여러 채를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30대 여성 등이 포함됐다. 고가의 오피스텔 여러 채를 보유한 30대 직장인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자금을 증여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직장이 없는데도 고액의 전세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최근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20대 역시 부친에게 편법 증여를 받은 혐의로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추가 자금출처 조사도 예고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에는 국세청이 보유한 과세정보와 함께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 취득시 제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자금거래 정보 등이 활용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득과 재산, 금융자료, 카드 사용 내역을 망라한 자산ㆍ지출ㆍ소득 연계분석(PCI)을 통해 검증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시작된 서울 지역 부동산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 조사에서 탈세 의심 거래가 발견되면 추가로 자금출처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자금 없이 20억원대 아파트 2채를 구입한 사람, 자기자금 6억원을 보태 11억원짜리 아파트를 취득한 미성년자 등이 조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노정석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보유세 부담이나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피하려 자녀에 대한 주택증여가 급증하고 있어 이에 따른 조세 회피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며 “주식, 부동산, 예금 등 고액 자산 보유 연소자에 대한 검증 범위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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