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대본 손배소ㆍ검찰 수사도 진행
지난 11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민사합의1부 판사와 소송 당사자들이 포항 북구 흥해읍 남송리 지열발전소를 찾았다. 지난해 10월 정부와 지열발전 주관사인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의 요청으로 이뤄진 현장검증이었다. 원고측인 포항지진 범대본은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 1만2,000여명이 참여하는 민간단체다.
앞서 5일에는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가 포항지열발전을 비롯해 넥스지오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4곳에서 지열발전사업 관련 기록과 포항지진 전후 관측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 또한 올 3월 29일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지진을 촉발한 책임자를 형사처벌해 달라며 검찰에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지열발전을 멈추게 한 것도 정부와 포항시가 아닌 포항범대본이 지열발전소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해 1월 이 신청이 받아들여진 덕분”이라며 “지진 피해 주민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계속 가동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7년 11월15일 포항지진이 일어나자마자 원인으로 지열발전이 지목됐지만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이듬해 4월 지열발전주변 미소지진을 조사해 온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와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올 3월 서울대 이강근 교수를 단장으로 한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촉발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나서야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때문에 포항에선 그동안 정부나 수사기관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더구나 규모 5.4지진 이후 이듬해 2월 규모 4.6의 지진이 일어나는 등 여진이 계속됐는데도 현장을 방치해 공분을 샀다. 시추기 등 장비가 매물로 나와 매입하려는 중국 기술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데도 지열발전소 부지와 시설물 모두 넥스지오 재산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공교롭게도 중국 기술자들이 돌아간 다음날인 9월26일 지열발전 인근에서 규모 2.3의 여진이 일어났고, 포항시민들은 또 다시 불안에 떨어야 했다.
포항지열발전의 부지 안전 관리와 원상 복구를 위한 조사도 이제 시작됐다. 지난 5월 출범한 ‘지열발전 부지안전성 검토 태스크포스(TF)’는 정부 예산 10억원을 받아 곧 장비를 투입한다. TF는 지열정 내부에 극미소지진까지 관측할 수 있는 심부지진계와 지하수위와 수질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을 설치한다.
양만재 지열발전 부지안전성 검토 TF위원은 “지열발전소는 현재 두 지열정의 지하수위 차이가 600m인 비정상적인 상황이다”며 “부지 안정화를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조사를 하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부에 TF 활동 연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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