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단체 반발ㆍ사과 촉구에도… “일제 강제동원 문제 마무리 짓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9일(현지시간) 일제 강제징용ㆍ위안부 피해자 단체들의 반발에도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자신이 제안한 ‘1+1+α’(한일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 모금) 방안에 대해 “일본 정계인사들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참석 차 멕시코를 방문했던 문 의장은 이날 경유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숙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1+1+α 방안에 대한 일본 정계 반응을 이같이 전했다.
문 의장은 5일 일본 와세다대학 특강에서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종결하자고 주장하며, 1+1+α로 피해자들의 위자료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1+1+α는 한일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 화해와 치유 재단 잔액 60억원을 합쳐 기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 기금은 한국정부가 출연하는 기구가 운영하고, 그 대신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은 변제된 것으로 간주하자고 주장했다.
문 의장은 “(비공식적으로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낫 배드(Not badㆍ나쁘지 않다)’라고 표현했다”며 “일본 정계 인사들이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멕시코 방문 전 일본에서 만난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구상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일본 기업이 기금 재원이 되는 기부를 하더라도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문 의장은 설명했다. 3~6일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 차 일본 도쿄에 머물며 만난 일본 정계ㆍ학계ㆍ언론계 인사 10여명도 자신의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소개했다.
문 의장은 일본 기업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 “다 (돈을) 내겠다고 한다. 다만 ‘배상’으로 불법 행위라고 (인정)하는 것만 곤란하다는 것”이라며 “전범 기업부터 하나도 안 빼고 참여 의사가 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또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개인청구권을 주장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소송 역시 앞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위안부, 군인ㆍ군무원을 포함해 일제 강제동원에 대한 모든 문제를 실질적으로 이 방안으로 마무리 짓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 단체들이 반발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제안만 거듭 강조해 논란이 예상된다. ‘경남지역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문 의장의 사과와 발언 철회를 촉구했다. 건립추진위는 “일본의 사죄 없는 위안부 해결방안은 모욕”이라며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보다 더 굴욕적이다. 피해자 자국민에게 일제 전쟁범죄의 책임을 묻다니 (문 의장은) 제정신인가”라고 반발했다.
문 의장이 방안을 제시한 이튿날인 6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74년간 고통 속에 싸워 온 피해자들의 의견을 한 번이라도 물어봤다면 이런 제안을 할 수 없다”며 문 의장을 비판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도 “가해국 정부의 입장만을 고려해 화해와 치유 재단 잔여 기금까지 포함해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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