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결혼반지와 4명의 아이, 말과 독수리, 그리고 스미스 앤드 웨슨(미국 유명 총기 브랜드).’
11일(현지시간) 스페인 언론 엘 콘피덴시알은 이 같은 제목으로 전날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제3당'으로 약진한 극우 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43) 대표를 개인사와 함께 다뤘다. 올해 두 번째로 치러진 이날 스페인 총선은 우파의 승리이자, 제3당 지위에 오른 복스의 승리로 평가된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PSOE)은 제1당 지위는 유지했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은 지난 총선보다 의석을 크게 늘렸고, 지난 4월 처음 원내로 진입한 복스는 의석을 배 이상 늘려 350석 하원 중 53석을 차지하면서 크게 약진했다.
아바스칼 대표는 집에 스미스 앤드 웨슨 권총을 두고 지낸다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공연히 밝혀왔다. 스페인은 총기 소유가 법으로 제한돼 있지만 정치인 등은 허가증을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는 카탈루냐와 함께 스페인의 대표적인 분리독립주의 세력 근거지인 바스크 지방의 아무리오에서 태어났다. 바스크는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조직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가 활동한 곳이다. 국민당 당원이던 아바스칼의 부친은 ETA 대원들의 위협에 시달렸다. 아바스칼 대표는 엘 콘피덴시알에 “처음엔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은 아이들을 위해 총을 소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개인적 경험은 그가 극우 성향 정치로 이끌리게 된 주요 동인으로 꼽힌다. 어려서부터 분리 독립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 왔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이 복스를 ‘극우’ 범주에 넣는 것을 거부하면서 “복스는 진보적인 동시에 보수적이고, 전통을 따르는 당”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을 딴 ‘스페인을 다시 위대하게(Make Spain Great Again)’를 외친 그는 투우를 찬성하고, 낙태에 반대하며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주장한다. 전과가 없는 스페인인이라면 누구라도 총기를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원래 국민당 당원이었던 아바스칼 대표는 2013년 난민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반발해 국민당을 탈당, 복스를 창당했다. 그는 첫 번째 아내와 사이에 낳은 두 자녀와 2017년 결혼한, 16만명 팔로어를 거느린 온라인 인플루언서 리디아 베드먼과의 사이에 낳은 두 자녀를 합쳐 넷을 키우고 있다.
스페인 일간 일 멘사헤로는 복스의 약진은 카탈루냐의 혼란에 힘입은 바 크다고 분석했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 시위가 폭력성을 띠면서 이민에 대한 복스의 강경한 메시지가 유권자에게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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