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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비싼데 왜 사? 필요할 때 구독하면 되지

입력
2019.11.13 04:40
수정
2019.11.13 16:4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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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온라인 기반 '구독 경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김규철씨는 차를 사는 대신 ‘정기 구독’을 하기로 결정했다. 출퇴근을 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차가 필요한 날은 주말뿐인데, 차량 유지비를 고려하자니 굳이 사는 것보다 매달 돈을 내고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김씨가 선택한 것은 매월 1만4,900원씩 내면 항상 50% 할인된 가격에 쏘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쏘카패스’다.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도 쏘카가 주차돼 있어 다른 이용자와 겹치지 않는 한 언제든 쉽게 차를 몰고 나갈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차를 번갈아 탈 수 있는 점도 소소한 재미다. 김씨는 “아파트 주차장에 돈만 내면 탈 수 있는 차가 있는데 굳이 자가용을 새로 사야 하나 싶었다”면서 “주말마다 이용하다 보니 한 달 요금으로 10만원 이상은 쓰고 있지만 그래도 차를 사는 것보다는 싸다”고 말했다.

구독 경제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엔 스마트폰 기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목받더니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고 통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넷플릭스 같은 영상 서비스로 확장됐고,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옷이나 소모품, 나아가 서비스 영역으로 구독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정기 구독은 어원 그대로 신문이나 잡지 등을 정기적으로 사서 읽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미디어의 중심이 신문ㆍ잡지에서 텔레비전으로, 다시 인터넷으로 바뀌면서 구독은 전통적인 활자 매체를 넘어 다양한 유무형의 상품ㆍ서비스를 구매한다는 의미로 확장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체들의 구독 시장 매출 규모는 2011년 5,700만달러에서 지난해 29억달러로 급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3년이면 전 세계 기업의 75%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차량공유 플랫폼 ‘쏘카’의 구독서비스 ‘쏘카패스’에 가입하면 할인 요금으로 공유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쏘카 제공
차량공유 플랫폼 ‘쏘카’의 구독서비스 ‘쏘카패스’에 가입하면 할인 요금으로 공유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쏘카 제공

◇사는 대신 구독하는 이유? 효율적이니까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제공받는 방식으로만 여겨졌던 구독 모델은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기를 끈 면도날 배송 서비스 ‘달러 쉐이브 클럽’의 매출 규모는 이미 질레트를 넘어섰다. 특히 물류체계 발달로 ‘새벽 배송’이 활성화되면서 매일 아침 반찬이나 샐러드 등을 배송받아 먹을 수 있게 됐다. 똑같은 장난감에 금방 싫증나기 십상인 어린이들을 위해 장난감을 정기 구독하는 사업도 생겨났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서 소유하는 대신 구독하는 것은 효율성에 대한 고려가 크다. 매번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만큼만 비용을 지불한다는 논리다. 집 안에 옷이나 소모품을 쌓아 놓기보다는 필요할 때 맞춰 배송해 줬다가 다시 반납하는 것이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사무 공간까지 진출한 구독 모델

구독 모델은 이제 집이 아니라 사무 공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업무에 필요한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을 매달 돈을 지불하면서 사용하고, 탕비실 업무를 줄이기 위해 ‘스낵24’나 ‘간식대장’ 같은 간식 관리 서비스를 이용한다. 매번 전산 담당 직원이나 총무 직원이 관련 예산을 짜고 정기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아예 외부의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는 셈이다.

3개월마다 그림을 대여해주는 ‘오픈 갤러리’나 2주마다 꽃을 정기 배송하는 ‘꾸까’도 사업영역을 개인 소비자에서 회사로 넓히고 있다. 직접 그림을 사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정기적으로 다른 그림을 회사에 걸어 놓으면서 사무실 분위기를 바꾸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스낵24’는 사무실에 간식을 공급하면서 배송과 진열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스낵24 제공
‘스낵24’는 사무실에 간식을 공급하면서 배송과 진열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스낵24 제공

◇구독, 아직은 걸음마 단계

아직 오프라인의 상품ㆍ서비스 시장에서 구독 모델은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서비스 지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주로 이용할 수 있다. 김규철씨는 “맞벌이라 집안일에 전념하기 어려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려 했는데 아직까지는 대부분 서울 시내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었다”며 “경기도에만 살아도 구독을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은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대박 모델’이 나오면 이를 검증하지 않은 채 모방하는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진다.

상품 구독은 더 어렵다. 정기적으로 일정량의 상품을 받아봐야 하는데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의 교체 주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 구독 모델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상품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가 형성돼야 하지만 그런 조건이 갖춰진 상품 종류는 제한적이다. 결국 과거 신문ㆍ우유 배달 시절처럼 펼치지 않은 신문지, 부패한 우유가 생길 수도 있다.

서비스의 틀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규제가 이를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하던 스타트업 벨루가는 ‘음식에 부수해 술을 배달해야 한다’는 규정에 막혀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했다. 김경범 알토스벤처스 팀장은 “영상이나 미디어 같은 온라인 기반 서비스 외에 상품을 직접 제공하는 구독 모델을 고민하는 창업자들이 많지만, 막상 이를 사업화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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