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사가 생산한 트랜트 1000 항공기 엔진이 조립을 마치고 검수 등 다음 절차를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제공

“최첨단 항공엔진이 만들어지는 이곳 공정은 전적으로 사람 손에 의존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술자가 직접 나사를 조이고 부품을 일일이 조립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두 시간 반 달려 도착한 영국 중부 더비의 롤스로이스 민간 항공기엔진 생산 공장. 깐깐한 보안 검색과 방문 허가 절차를 거친 끝에 들여다본 공장 내ㆍ외부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랫 앤드 휘트니(P&W)와 함께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롤스로이스의 위용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최고급 승용차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만 100년 넘게 만들어 왔고, 이곳 더비 공장처럼 자동차와 분리해 별도의 설비로 항공기 엔진을 만들어온 게 벌써 30년 이상이 됐다.

공장 입구에서 만난 롤스로이스 인스톨레이션 사업 총괄부사장인 워릭 매튜는 “이 곳은 롤스로이스의 가장 큰 엔진 조립 공장으로 최신식 최첨단 엔진인 트렌트(Trent)를 설계ㆍ조립하고 테스트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에어버스 A330과 A330네오, 보잉787 드림라이너 등 전 세계 하늘을 누비는 최신 항공기에 들어가는 엔진을 1만명 넘는 기술자들이 짧게는 하루 하나, 길게는 보름에 하나씩 생산해 내고 있었다. 실제 이날 공장에는 한쪽 파란색 보드에 매달린 부품을 기술자들이 하나하나 떼어 내 조립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정이 마무리 됐을 때 보드에 부품이 하나도 남지 않아야 ‘무사히 조립이 끝났다’는 걸 알 수 있게 한 전통의 작업 방식이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자동화 시스템 없이 24시간 쉼 없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의 항공엔진 기술자들이 트렌트 엔진 조립에 한창이다. 롤스로이스의 가장 큰 엔진 조립 공장인 더비 생산공장에는 1만명 이상의 기술자들이 10종의 최첨단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제공

마침 이날 국내 항공기 엔진 부품 제조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곳 더비 공장에서 롤스로이스와 최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엔진부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롤스로이스의 트렌트 엔진 터빈부에 적용되는 핵심 부품 10종을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것인데, 이후 공급 기간을 자동 연장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롤스로이스의 항공 엔진 생산이 종료될 때까지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롤스로이스 측은 설명했다.

매튜 총괄부사장은 “롤스로이스에 엔진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세계적으로 700곳이 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중 기술력과 품질 등에서 ‘톱 10’에 들 정도로 우리 회사에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글로벌 항공기 엔진 부품 시장은 연간 6%대 성장세를 유지해 2025년에는 542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롤스로이스와 30년 이상 협력관계를 이어온 것을 기반으로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국산화 엔진을 생산하는 등 지난해까지 8,600대 이상의 군용 항공기 엔진을 만들어낸 한국의 유일한 가스터빈 엔진 제작 기업이기도 하다.

더비(영국)=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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