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경우라도 여전히 기업 총수가 상당수 계열사를 지주회사의 틀 밖에서 직접 지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는 계열사 중 64%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이들을 이용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지주회사는 총 173개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이 중 대기업집단 산하 지주회사 계열사 자산총액이 대기업집단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환집단’은 23개로 1년 새 1개 증가했다.
롯데, 효성, HDC 등 3개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애경이 새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반면 메리츠금융, 한진중공업, 한솔은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다. 이들 전환집단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 지분율은 27.4%,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다 더하면 49.7%다.
전환집단 23곳에 소속된 계열사 962개 중 760개는 지주회사의 테두리 안에 있지만, 나머지 202개 계열사는 지주회사에 편입돼 있지 않다. 이 중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고 있는 계열회사는 총 170개다.
이를 다시 분류하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총수일가 지분율 20%, 상장회사의 경우 30% 이상)는 81개, 정부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규제 대상이 되는 이른바 ‘사각지대 회사’는 28개다. 지주회사 테두리 밖에 있어 공정위가 직접 관리하기 힘든 계열회사 중 64%(170개 중 109개)가 총수 일가가 기업집단 전체 지배력을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는 회사인 셈이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 대상 81개사 중 9개사는 총수나 총수 일가가 계열사를 통해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데 활용됐다. 해당 계열사 중 6개 회사는 총수 2세 지분이 20% 이상이었다.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계열사를 많이 갖고 있다 보면 체제 내에 있는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를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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