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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라 장한나 “베를린 필 지휘자 할 겁니다,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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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라 장한나 “베를린 필 지휘자 할 겁니다, 해야죠!”

입력
2019.11.11 17:09
수정
2019.11.11 21:4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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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0시간 악보 공부… 연주는 현미경, 지휘는 망원경 보는 기분”

지휘자로 첫 내한하는 장한나. 크레디아 제공 ⓒluciano romano
지휘자로 첫 내한하는 장한나. 크레디아 제공 ⓒluciano romano

첼로를 겨우 기댈만한 작은 몸으로 세계적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열 한 살 소녀가 어느덧 마에스트라(여성 지휘자)가 돼 돌아왔다. “솔리스트로서 첼로를 연주할 땐 음악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면, 지금은 망원경으로 무궁무진한 음악 세계를 탐구하는 것 같다”는 장한나(37) 이야기다. 그는 2007년 국내에서 연합 청소년관현악단을 지휘하며 지휘자로 공식 데뷔한 후 2017년 8월부터는 노르웨이 트론헤임심포니오케스트라(트론헤임심포니)의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아 인생 제2막을 꾸리고 있다. 이번 공연은 5년 만의 내한이자, 장한나가 해외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갖는 첫 국내 무대이다. ‘지휘자는 남자여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세계 클래식계에서 ‘마에스트라 장한나’의 행보는 더욱 각별하다.

1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한나는 “첼리스트로선 나 자신과 싸우며 나 스스로를 책임지는 삶을 살았다면, 지휘자로선 특정한 비전을 위해 여러 음악가들과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머무는 그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리버풀 필하모닉, 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며 2015년엔 영국 BBC 뮤직 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여성 지휘자 19인’에 이름을 올렸다. 트론헤임심포니와는 2023년까지 임기를 연장한 상태다. “매일 10시간씩 악보를 들여다보며 공부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지휘에 열정을 쏟고 있는 그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1번과 피아노 협주곡,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들려준다.

1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한나가 지휘자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1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한나가 지휘자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장한나는 완벽하다 해도 무방할 조화 덕에 110년 전통의 트론헤임심포니와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는 리허설이 시작되고 10초 안에 모든 것이 정리 되더라고요. 이 오케스트라 기량은 어디까지구나, 나는 어디까지 뽑아낼 수 있겠구나 하는 것들요. 무엇보다 트론헤임심포니는 제가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해도 전혀 두려움이 없었어요. 뜨뜨미지근한 게 아니라, 단원들 모두 ‘그래, 도전해보자’ 하는 열정이 있었던 거죠.” 장한나는 “내로라 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인물이 되는 것도 좋지만, 지금 내 앞의 오케스트라가 가장 필요로 하는 지휘를 해주는 것이 지금으로선 중요하다고 본다”고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여성 지휘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한 클래식계를 그는 어떻게 헤쳐가고 있을까. 장한나의 호탕한 모습 그대로를 닮은, 단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장한나는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든 여성 차별, 인종 차별, 나이 차별 등 수 없이 많은 차별이 있는 걸 안다”며 “(여성 지휘자에 대한) 참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큰 발전이라 생각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여성 지휘자, 생소하긴 하지만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유럽에선 드물게 동양인이자 여성인 상임지휘자를 둔 트론헤임심포니도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로아르 라이난 트론헤임심포니 대표는 “(장한나는) 첼리스트로 성장했지만 오케스트라에 대한 기술적 접근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라며 “장한나가 가진 에너지가 트론헤임이란 도시 자체에도 상당한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시절 첼로를 켜는 장한나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어린시절 첼로를 켜는 장한나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장한나는 한 달에 4번 이상 연주회 열지 말기, 음악 안 하는 친구들이랑만 놀기 같은 원칙에 맞춰 살아간다. ‘신동이 아닌 보통의 아이로 살라’는 스승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의 당부를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장한나는 “무대에 서지 않는 시간을 불안해 하지 않는 대신 나와 다음 연주를 위한 투자의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남다른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한국에도 베를린 필하모니 같은 오케스트라가 나오도록 씨앗을 뿌리고 싶어요. 베를린 필하모니 지휘자요? 해야죠, 합니다. 하하.” 장한나와 트론헤임심포니(피아니스트 임동혁 협연)는 13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부산, 대구, 전북 익산에서 공연한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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