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선거 3연승 민주당, 총선도 이길까
헛발질 자유한국당 믿고 안주했던 여권
스스로 변신 안 하면 유권자들 응징할 것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당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배에 이골이 난 정당이었다. 2004년 총선 승리 후 숱하게 치른 선거에서 거의 대부분 패했다. 오죽하면 ‘패배 친화적 정당’이라는 말까지 생겼겠는가. 그랬던 민주당이 근래 치러진 전국 규모 선거를 연이어 싹쓸이했다. 총선(2016년)과 대선(2017년), 지방선거(2018년) 등 이른바 3대 선거에서다. 그만큼 민주당의 실력이 늘어나고 내공이 쌓인 걸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안철수의 탈당 등 분열로 총선 참패 공포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오만해진 새누리당이 코미디 같은 ‘진박’ 소동과 ‘옥새 파동’으로 자멸해 제1당 자리를 헌납받았다. 2017년 대선 승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으로 거저 줍다시피 했고, 이듬해 지방선거 압승은 촛불의 향기가 짙게 남아 있었던 터라 가능했다. 이렇게 보면 내년 총선은 민주당의 진짜 실력이 판명 나는 무대인 셈이다.
민주당이 총선에 사활을 거는 데는 단순한 선거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요즘의 야당 분위기로 보면 ‘대통령 탄핵’ 카드까지 꺼내 들지 모른다. 반면 총선에서 이기면 새로운 동력을 얻어 남은 2년여 동안 일정 정도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버클리대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가 일본 자민당을 모델로 만든 개념인 1.5당 정당 체제(한 정당이 1이고 그 외 정당을 모두 합쳐 0.5밖에 안되는 일당 우위 체제)가 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에 선 형국이다.
내년 총선 승리의 기준 해석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지난 4월만 해도 “240석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다수 의석 확보”로 후퇴했다.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예산과 법안 단독 통과가 가능한 과반수가 승리의 기준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과반이 안 되는 제1당 유지는 사실상 패배다.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은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야당은 ‘반 문재인, 반 민주당 심판’ 선거로 끌어가겠다는 전략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 캐치프레이즈로 ‘미래’를 내세워 심판 프레임을 바꾸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당장의 현실이 더 절실하기 마련이다.
민주당의 가장 아픈 지점은 ‘조국 사태’다. 조 전 장관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구속된 일가들에 대한 재판은 시작 국면이다. 총선 때까지는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유권자들은 ‘조국’을 떠올리고 가슴속에 남은 응어리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대통령이나 당 대표가 똑 부러지게 사과라도 했으면 나았을 텐데 어물쩍 넘어가 리스크가 커졌다. 게다가 책임을 져야 할 청와대 참모들은 야당에 삿대질을 하며 호통을 치고 있으니 돌아올까 말까 한 중도층 표를 발로 차는 격이다.
총선의 화두는 ‘경제 심판론’에 쏠릴 공산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생활 수준이 낮을수록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분석은 의미심장하다.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저소득층 소득 감소로 이른바 ‘계급 배반 투표’가 두드러질지도 모른다. 내년 봄에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징후가 지표로 나타나지 않는 한 민주당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여권이 지금까지 태평할 수 있었던 것은 잇단 헛발질로 안심할 수 있는 상대인 자유한국당 덕분이었다. 하지만 상대 실책에서 점수를 얻는 데 익숙해지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자신을 바꾸는 데 성공해야 상대의 실책으로 생기는 반사이익을 제대로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진보 정당이든 보수 정당이든 전국 선거에서 네 번 연속 승리한 적은 없다. 스스로 변신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4연승도 물거품이다. 2016년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기로 마음먹은 유권자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여당에 죽비를 내려쳤다. 유권자들의 심판은 언제나 도둑처럼 온다.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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