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이 시작했지만 분위기가 썰렁하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이 11~14일 진행하는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절차(입찰)에 면세점 ‘빅3(롯데ㆍ신라ㆍ신세계)’가 모두 불참할 예정이다. 서울 동대문 상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현대백화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빅3 면세점 중 한 곳 관계자는 “면세점이 몇 년 새 너무 많이 늘었다”며 “서울 강북 지역에 매장을 열어야 하는 현대백화점 말고 특허 신청을 낼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강남 한 곳에 면세점을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은 사업 확장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북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얼마 전 면세점 철수를 결정한 두타 면세점 자리에 매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두산과 현재 협의 중이다. 입찰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면세사업은 3~4년 사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빚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2015년 관세청이 15년 만에 서울 3개, 제주 1개 등 4개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을 공고했을 때만 해도 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화 등 대기업들이 모두 뛰어들었다. 매년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였다. 당시 선정 기업을 둘러싸고 특혜 시비가 붙자 정부는 2016년 4개 사업권을 더 내줬다. 2014년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과 2016년 크게 늘어 올해 13개로 포화 상태다.
면세점 시장은 외형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올해 3분기(7~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54억 달러(약 6조318억원)였다. 지난 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3.8%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면세 매출은 45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그러나 비싼 송객수수료(외국 단체관광객의 구매에 대해 면세점에서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때문에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높다.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ㆍ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고 면세점들은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업체들이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지불하는 송객수수료는 ‘빅3’ 업체의 경우 10% 중반대, 대기업 후발 주자들은 10% 후반대에서 20% 초반대, 중소 업체들은 20% 후반대로 형성돼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시내면세점이 송객수수료로 지급한 액수는 1조3,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시내면세점의 송객수수료 지출은 2015년 5,630억원, 2016년 9,672억원에서 2017년 1조1,481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6,514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결국 상품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송객 수수료와 마케팅비 등으로 나가는 비용이 많아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한화에 이어 두산도 면세사업 철수를 결정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빅3 업체들도 해외 진출로 수익을 모색하고 있는데 정부가 서울에 추가로 면세점 특허를 3개나 내준 걸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시장의 흐름도 제대로 읽지 못한 결정이었다는 게 이번 입찰로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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