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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체육용품 우르르… 전교생 62명 신안 자은초의 ‘특별한 가을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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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체육용품 우르르… 전교생 62명 신안 자은초의 ‘특별한 가을운동회’

입력
2019.11.12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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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1스포츠 시대 학교체육부터 시작을’ <3> 오지 찾아가는 ‘스포츠버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등학교에 들어선 대한체육회 '스포츠 버스'에서 스태프들이 다양한 체육용품을 꺼내고 있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등학교에 들어선 대한체육회 '스포츠 버스'에서 스태프들이 다양한 체육용품을 꺼내고 있다.

“우와, 엄청 큰 버스다!”

1,004개 섬으로 이뤄져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군 자은도의 자은초등학교엔 지난 1일 대형버스가 들어섰다. 등교시간에 맞춰 ‘스포츠 버스’란 이름을 달고 학교 한 쪽에 자리한 이 버스를 바라보는 어린이들의 눈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지난 2014년부터 대한체육회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버스는 각 지역 체육회에 신청 접수가 이뤄진 도서산간 지역 학교를 직접 찾아가 체육행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총 2대의 버스가 연간 60개 안팎의 학교를 찾아간다. 체육기구가 적은 학교를 찾아가 ‘작은 운동회’를 개최, 어린이들의 다양한 체육활동 기회를 늘리고자 하는 취지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 학생들이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 학생들이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스포츠 버스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감탄했다. 버스 내부엔 VR(Virtual realityㆍ가상현실) 및 체감형 게임기가 설치돼 있었고, 트렁크엔 20종목이 넘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구들로 가득했다. 관계자들이 기구를 꺼내 운동장에 설치하는 데 걸린 시간만 해도 30분 남짓.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5명)를 포함한 62명의 자은초 학생들의 아주 특별한 가을운동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자은초 가을운동회는 약 3,200명이 사는 자은도의 동네 잔치나 다름없다. 대파, 양파 등 농업을 주업 삼는 집이 많아 부모가 평소 시간을 내 학교를 오가긴 어렵지만, 이날만큼은 운동장에 모여 먹거리를 나누며 함께 뛰고 즐긴다. 아이들은 모처럼 붐비는 학교 운동장에서, 평소 체험하기 힘든 스포츠 종목을 몸소 즐길 수 있으니 더 신이 난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 학생들이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 학생들이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평소엔 공 하나로 여럿이 즐길 수 있는 축구나 피구, 달리기 정도로 심심함을 달랬던 아이들은 이날 오전부터는 운동장에 설치된 농구, 볼링, 야구, 림보 등 10여 가지 체육 도구를 번갈아 가며 즐겼다. 고학년은 스피드 건으로 자신의 구속이 측정되는 야구공 던지기를, 저학년은 림보와 볼링에 푹 빠진 모습이다.

체육담당교사 정기현(38)씨는 “학생 수가 적어 어떤 구기종목을 하더라도 한 학년당 한 팀을 만들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육활동 기회를 주고 싶어 스포츠 버스를 신청했다”고 했다. 선생님의 마음은 아이들에게 닿았다. 이민준(4학년) 군은 “(인근 섬)도초도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형이 집에 오는 주말에나 좋아하는 캐치볼(야구공 던지기)을 즐길 수 있어 아쉬웠는데, 오늘 친구들과 다양한 운동을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했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 학생들이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 학생들이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운동회 중간엔 학년별로 스포츠버스 안쪽으로 이동해 VR과 체감형 게임기를 통해 ‘신세계’를 누렸다. 몸을 움직이며 할 수 있는 스포츠 게임인 탓에 땀을 뻘뻘 흘리며 버스를 내려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을운동회는 큰 주걱을 이용해 럭비공을 쳐 반환점을 돌아오는 ‘고구마 릴레이’, 2인1조로 어깨동무를 하고 발만 이용해 판을 뒤집는 ‘커플판 뒤집기’ 등 단체스포츠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조춘애 교장은 “오랜 교직경험상 스포츠는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즐거움도 체육활동을 통해 키울 수 있다”면서 “자은도엔 문구점도 없어 아이들이 다양한 체육기구를 체험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스포츠 버스를 통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의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를 찾은 대한체육회 '스포츠 버스'가 좁은 길을 통과하고 있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를 찾은 대한체육회 '스포츠 버스'가 좁은 길을 통과하고 있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 학생들이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지난 1일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 학생들이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올해 51개 학교를 찾은 스포츠 버스는 내년에도 스포츠 복지 혜택이 닿기 어려운 곳의 어린이들을 찾아간다. 행사를 맡은 엄석용(33) 팀장은 “유치원생은 물론 지역 어르신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 연령대 체육활동 증진에 효과적”이라며 “학교대항 ‘챌린지대회’를 통해 우수학교엔 100만원 상당의 운동용품과 학용품을 지원한다”고 했다.

이날도 학교에서 큰 도로로 빠져 나오는 데 애를 먹었던 버스기사 신동윤(40)씨는 “스포츠 버스가 가야 하는 길이 대부분 농로나 굽은 길이 많은 데다, 가로등도 없어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허다하다”며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오늘처럼 어떻게든 반드시 가긴 간다”며 학교의 많은 참여를 기대했다.

신안=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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