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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데이터 패권 경쟁… “국가 안보” 이유로 해마다 장벽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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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데이터 패권 경쟁… “국가 안보” 이유로 해마다 장벽 강화

입력
2019.11.12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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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성 없는 데이터 전쟁] <상> 세계 뒤흔드는 미중 데이터 전쟁

※[편집자 주] 사람과 기업, 정부의 활동으로 생성되는 자료, 즉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연료다. 각종 데이터를 토대로 사람들의 삶과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계 각국은 폭넓게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국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세계 데이터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정보보호 규정이 전세계 기업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다음달 1일 발효되는 중국의 정보보안등급보호규정(MLPS) 2.0은 중국 정부부처, 기관, 기업들의 전산망을 점검해 5단계의 보안등급을 부여한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도 포함된다.

낮은 등급인 3~5등급을 받으면 연 1회 이상 중국 공안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전산망 보안조치가 미흡할 경우 중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등급을 받아도 중국 정부가 요청하면 시험 절차를 거쳐 관련 자료를 보고해야 한다. 사실상 1등급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중국 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기업들의 전산망을 자유롭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사이버공안부는 MLPS가 중국 사회 전체를 지키기 위한 조치이며, 모든 전산망,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각종 정보시스템 등 사이버 보안이 필요한 모든 대상에 전면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공안부는 MLPS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빅데이터 전문가까지 따로 선발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연계 조치까지 마쳤다. 중국은 내년 1월1일부터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해 외국 기업이나 외국인 투자기업의 특별 대우를 폐지하고 중국 기업과 동일하게 다루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정부 승인을 받지 않고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외부 인터넷과 접속하는 것도 차단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데이터 관련법. 그래픽=강준구 기자
미국과 중국의 데이터 관련법. 그래픽=강준구 기자

미국의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재단은 이런 일련의 조치들 때문에 MLPS를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전산망을 감시하는 제도”라고 규정했다. 중국의 전산망 보안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보안 강화 조치가 필요하지만 MLPS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당장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다국적 기업인 미국 A사 관계자는 “해외 사업을 하려면 현지 법을 준수해야 하지만 중국 정부가 MLPS를 어떻게 적용할 지 알 수 없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딱히 MLPS에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난해 3월 ‘해외 데이터의 투명한 이용에 관한 법(Clarifying Lawful Overseas Use of Data, CLOUD)’, 즉 클라우드법을 공포했다. 이 법은 미국의 사법 당국이 테러나 마약, 성폭력 등 강력 범죄 수사를 위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해외 서버를 압수수색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IT기업들이 해외에서 제공하는 이메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된 외국인들의 각종 데이터를 미국 사법 당국이 볼 수 있게 됐다.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 및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또 국가적으로는 다른 나라의 데이터를 가져가는 과정에서 데이터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글로벌 보안업체 B사 관계자는 “미국이 합법적으로 외국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수단을 늘린 셈”이라며 “그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면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거꾸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 기업들은 미국의 클라우드법이 외국의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법 때문에 해외에서 미국 IT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되면 관련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는 뜻이다.

중국이 2017년 6월 도입한 사이버 보안법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업들이 중국에서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중국 내에 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 5월 중국인들의 데이터를 국외로 가져가지 못하도록 조치한 인터넷 데이터 저장 규정을 공개했다. 이렇게 되면 해외에 서버를 둔 기업들은 중국에서 인터넷 사업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서로 충돌하는 미국과 중국의 데이터 보호법을 무역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도 최근 수년 간 중국이 사이버보안과 관련해 약 300개의 새로운 법과 제도를 발표해 또다른 무역 장벽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데이터 전쟁이 확대되면서 다른 나라들도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데이터 주권을 지키려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는 지난달 창조경제연구회 주최의 4차 산업혁명 관련 포럼에서 “미중무역 분쟁의 이면에는 기술 경쟁력을 국가안보 문제로 확대한 양국의 패권경쟁이 있다”며 “데이터 안보 문제를 놓고 벌이는 지정학적 경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같은 맥락에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도 “데이터센터를 통해 우리의 데이터를 우리가 쥐고 있다는 것의 의미가 크다”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주권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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