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열악한 지역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우수병원과 분야별 전문병원 지정 등을 골자로 한 ‘지역의료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우수한 의료기관이 없거나 알려지지 않아 주민들이 지역병원 진료를 피하고, 이로 인해 지역병원이 쇠퇴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지역 의료기관이 겪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방안은 내놓지 못해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11일 공개한 대책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살지 않더라도 응급ㆍ중증질환 치료와 같은 필수의료는 집 가까이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마다 좋은 병원을 선정해 키우는 것이 골자다. 올해 선정 기준을 마련한 후 내년 하반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인력과 시설이 확보된 중소병원을 지역우수병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지역우수병원은 명칭에 지정 사실을 표시해 지역주민의 이용을 유도한다. 거창권, 영월권, 진주권 등 의료자원이 부족한 9개 지역에는 공공병원을 신축ㆍ증축한다. 또 전국을 17개 권역과 70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병원의 협력을 총괄할 책임의료기관을 공공병원 중심으로 지정한다.
이번 대책은 지역에 의료인력과 시설이 부족하고 그마저 경증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고만고만한 중소병원들에 흩어져 있다는 판단 아래 나왔다. 중환자를 치료하려면 분산된 의료자원을 지역우수병원과 전문병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실제로 종합병원과 응급의료센터가 없는 시군구가 140여개에 달해 중환자는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증도를 고려한 입원환자 사망비(기대 사망자수 대비 실제 사망자 수)는 충북이 서울보다 1.4배 높고 응급환자 사망비는 대구가 서울보다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지역에 우수한 의료기관을 양성해 나가고, 이를 책임의료기관이라는 틀을 통해서 연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장 지역 의료계가 직면한 의사ㆍ간호사 인력난에 대한 해법은 이번 대책에 담기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공공의과대학 건설과 공중보건장학제도 등을 통해 의료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공의과대학은 아직 첫삽도 뜨지 못했다. 공공의과대학은 2023년 운영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나 대규모 재정투자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논란이 빚어져 지난해 발의된 근거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예산이 모두 불용될 가능성이 있으니 내년도 예산 심사에서 주의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20년 만에 부활한 공중보건장학제도 역시 실적이 부실하다. 의과대학 재학생에게 지역 공공보건의료업무에 종사할 것을 조건으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최대 5년까지 지원하는 이 제도는 올해 총 20명을 선발할 계획을 세웠으나 최종 선발된 장학생은 8명에 그쳤다. 상반기 모집기간 종료 이후에 추가모집까지 한 결과다.
인력난 해소 대책이 보이질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의료인들이 수도권ㆍ대도시 거주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호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현재 의료인력 중장기수급체계 연구가 진행 중이고, 내년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보건의료인력 지원 종합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종합계획에는 인력 처우와 근무환경 문제(에 대한 해법) 등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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