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DNA) 대조 작업으로 노숙생활을 하던 여성이 40년만에 가족 품으로 되돌아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1일 지적장애 3급을 가진 김모(48)씨가 관련 기관들의 도움으로 가족과 상봉했다고 밝혔다.
아버지 김씨가 딸을 잃어버린 것은 198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때였다. 교회를 다녀온 뒤 아이를 잃어버렸다. 지적장애 3급은 5~6세 수준의 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주소나 지리 같은 것을 잘 알 수 있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렸다. 아버지는 주변 고아원을 다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미아신고를 했다. 딸을 잃어버린 지 40년이 되어가면서, 삼십 대 젊은 아버지는 칠십 대 노인이 됐지만, ‘딸 찾기’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DNA검사를 했다. 주변 사람이 ‘혹시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며 넌지시 귀띔해준 방법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6월 13일 경찰서를 찾아 유전자 채취 검사를 받았다. 그 뒤 석 달 만에 ‘서울시여성보호센터에 거주한 한 여성으로부터 2006년 12월26일 채취한 유전자와 친자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노숙자라 해도 성인일 경우 DNA검사를 강제할 방법은 없으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DNA 채취가 가능토록 해둔 덕분이다.
‘사람 찾기’는 그 다음부터였다. 기록을 확인해본 결과 딸은 1991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시여성보호센터에서 26년간 살았지만 자진 퇴소한 뒤였다. 경찰은 딸이 노숙생활을 다시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 서울역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구세군 브릿지센터, 서울 중림동주민센터 등을 샅샅이 훑었다. 딸이 동주민센터로부터 한 때 장애인 수급을 받은 사실까지 확인했지만, 휴대폰도 쓰지 않아 추적할 방법이 묘연했다.
구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사진을 골라 여러 기관에 보냈다. 지난달 31일 오후 8시 서울역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 “발견했다”는 통보가 왔다. 경찰은 아버지에게 즉시 연락했다. 그날 밤 10시 아버지와 딸은 우선 영상통화부터 했다. 40년만의 만남이었다.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던 딸은 서울역 파출소에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다음날인 1일 아침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은 충남 천안 집에서 한달음에 서울로 올라왔다. 사진을 보거나 영상통화를 했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서울역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 실제 얼굴을 마주 대하니 눈물부터 흘렀다. 아버지 김씨는 “보자마자 나도, 아내도, 딸도 울었다”며 “손톱을 깨무는 버릇, 양손을 모두 쓰는 모습 등 어렸던 아이 때 버릇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40년간 기다려온, 꿈에 그리던 만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아버지 김씨는 이제부터라도 딸과 함께 평범하고 소소한 재미를 누리고 싶다 했다. 그는 “오늘 김장하는 엄마를 돕는다고 파를 다듬고 있다”며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잘 찾아 살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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