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비극, 다단계 금융사기] <2> 정치인과 법조인은 사기극 도우미
IDS 김성훈 동종 범죄 전력에도 솜방망이 처벌… ‘불사조’로 불려
VIK 이철도 재판중 석방… 피해자들 “가중처벌 ‘특경사기’인데”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무실에서 지난 6일 직원이 책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철 대표는 독서 경영을 강조하고 저자 초청 강연을 자주 열었다. 이성택 기자

IDS홀딩스와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의 다단계 금융사기 피해액이 1조원대까지 커진 이면에는 법원과 검찰의 솜방망이 대처도 한몫 했다. 납득할 수 없는 결정으로 사기꾼들이 활개를 치도록 방치했고 결과적으로 사법불신까지 초래했다.

IDS홀딩스 다단계 금융사기사건의 주범 김성훈(49)씨에 대해 법원은 두 차례나 석연치 않은 판단을 내렸다. 2014년 8월 법원은 672억원 사기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김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씨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도 구속됐던 다른 다단계 사건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김씨는 재판에서도 승승장구했다. 1심 재판부는 2015년 6월 실형이 선고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김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유사한 혐의로 두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었던 터라 이 판결로 그는 업계에서 ‘불사조’로 불렸다. 2심 재판부는 형량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더 낮췄다. 피해자들에게 피해액을 대부분 변제했고, 약정이자까지 지급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당시 김씨가 돌려준 돈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을 거둬들여 지급한 돌려 막기에 지나지 않았다. 법원이 돈을 갚았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면죄부를 줌으로써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걸 방조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씨의 집행유예 판결은 사실상 무죄로 인식되면서 피해자들이 더욱 많은 돈을 투자하는 기폭제가 됐다. 당시 IDS 측은 “법원 판결로 IDS가 재벌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회사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검찰도 재판 기간 중 김씨의 사기행각이 계속되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김씨를 체포하거나 추가 기소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았다. 대법원이 2016년 8월 집행유예를 확정하자, 검찰은 그제서야 김씨를 체포했다. 그 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버렸기 때문에, 피해자들 사이에선 뒷북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VIK 대표 이철(54)씨도 검찰과 법원의 안이한 판단으로 재판 도중 풀려났다. 2015년 9월 7,0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2016년 4월 재판 도중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법에 따른 조치였지만, 이씨는 이후 2년 8개월 동안 불구속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당시 석방 배경에는 검찰이 이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가 아니라 ‘단순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영향도 컸다. 검찰이 단순 사기를 주장하면서 판사 3명이 재판을 진행하는 합의부가 아니라 판사 1명이 맡는 단독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돼 재판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다. 이는 이씨보다 훨씬 적은 560억원대 사기사건으로 기소됐던 VIK 출신 팽모(40)씨가 합의부에 배당돼 5개월 만에 1심 선고가 내려진 경우과도 비교된다. VIK 투자 피해자들은 “피해자 3만명에 7,000억원대 사기범죄 사건인데, 특경 사기 적용기준인 5억원 이상 피해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게 말이 되나. 결국 이씨를 봐주기 위한 조치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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