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받던 주범, 靑 청원 글 올려 주목
“검찰 권력, 제어 장치 필요” 주장도
'파타야 살인사건'의 주범 김모씨가 지난해 4월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이 장면은 지난해 7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공개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영상 캡처

일명 ‘파타야 살인사건’. 혹시 기억하시나요. 파타야 살인사건은 2017년에 이어 지난해 7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시 한 번 방영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사건 피의자가 몸담았던 폭력 조직과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 연루 의혹까지 거론되면서 관심을 모았죠.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태국의 대표적인 휴양지 중 하나죠. 파타야에서 2015년 11월 21일 한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불법 도박사이트 개발자였던 임모씨가 파타야 한 고급 리조트 주차장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겁니다. 임씨의 몸에는 구타 흔적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경찰 수사 결과 유력한 용의자는 도박사이트 운영자이자 폭력 조직 국제마피아의 조직원이었던 김모씨였습니다. 김씨는 베트남으로 달아나 도피 행각을 벌이다 사건 발생 2년여 만인 지난해 4월 베트남 은신처에서 검거됐습니다.

검찰은 김씨가 공범 윤모씨와 함께 임씨를 감금ㆍ폭행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5월 공동감금ㆍ강요ㆍ도박사이트 개설ㆍ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김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후 태국으로부터 공범의 공판 기록과 부검 감정 기록을 추가로 확보해 지난해 10월 살인ㆍ사체유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습니다. 김씨는 강요 등 혐의로 지난 9월 2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살인ㆍ사체유기 혐의로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 연루 의혹은 일단락 된 상황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당시 방송에서 이 지사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성남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의 변호를 맡고, 이후 또 다른 조직원과 사진을 찍는 등 조직폭력배 측과 유착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죠. 이에 이 지사 측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SBS를 상대로 민ㆍ형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검찰은 조사 끝에 이 지사의 조폭 연루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이에 이 지사 측도 SBS를 상대로 냈던 소송을 모두 취하했는데요. 당시 이 지사 측은 “조폭몰이가 허구임을 입증하기 위해 소를 제기했는데, 허구라는 사실이 법적으로 입증돼 대승적 차원에서 취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기소 처분에 이어 소송까지 취하하면서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은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주범 김씨 “참담한 심정으로 진상 밝힌다”

잊혀가던 파타야 살인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 때문입니다. 김씨는 5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경기도 성남지역 폭력조직원 김** 입니다. 파타야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의 긴 글을 올려 억울함과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물론 김씨가 현재 구속수감 중이어서 김씨의 요청으로 다른 사람이 대신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씨는 우선 이 글에서 “원치는 않았지만, 폭행으로 인해 사람이 사망에 이르게 된 점, 사망자를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에 참여하게 한 점, 사망자의 도둑질과 거짓말을 이유로 여러 차례 폭행한 점과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 등은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법률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반성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참담한 심정으로 스스로 범죄 사실의 진상을 밝히고자 한다”며 검ㆍ경 수사 당시 문제점과 의문점도 제기했습니다. 많은 내용이 적혀 있지만,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김씨의 주장은 주로 수사 과정이 부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씨는 검ㆍ경이 주요 증거물인 녹음본을 훼손ㆍ분실했다는 주장과 방어권 행사를 침해했다는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또 검찰의 ‘형량 거래’ 제의 등 부적절한 수사 과정을 지적하는 내용이 다수 담겨있었습니다.

'파타야 살인사건' 주범 김모씨가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검경 수사에 문제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검찰 개혁 필요성도 제기…화성 8차 사건 영향

기소된 지 1년여만. 김씨는 왜 갑자기 이런 글을 올렸을까요. 청원에 적힌 내용을 바탕으로 두 가지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수사 과정의 문제점입니다. 김씨는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던 윤모씨가 경찰의 가혹행위와 억울함을 주장한 것을 보고 자신이 수사 과정에서 느낀 부당함을 토로하고 싶었던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청원 글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김씨는 청원 글에서 “며칠 전 화성연쇄살인사건 여덟 번째 범행과 관련해 진범이 아닌 사람이 20년간 감옥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인생과 세월을 망친 사람의 뉴스를 봤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 “과거에는 수사기관의 폭행이나 고문 등을 통해 허위자백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회유, 협박, 속임수, 형량거래를 통해 자백을 얻어낸다”는 내용도 적었습니다.

최근 들어 검찰과 관련된 문제가 공론화된 것도 김씨가 이러한 글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위와 같은 일을 일삼는 데 사용하기에 힘을 악용할 수 없도록 최소한의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 중요한 형사 재판에 이와 같은 검찰의 상식 이하의 집행은 차단해야 한다” 등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듯한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 적힌 내용은 김씨의 주장일 뿐, 아직 진실로 드러난 내용은 아닙니다. 검찰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김씨 청원 글은) 근거 없는 이야기 같고,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확인이 될 거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에서도 청원에 적힌 내용 중 일부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재판이 진행 중인만큼 청원 내용으로도 검찰과 변호인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씨는 과연 억울한 수감자일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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