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정희(75)씨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10년 넘게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윤씨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내한공연을 담당하는 공연기획사 ‘빈체로’ 에 따르면 윤씨가 자녀와 동생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알츠하이머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흔히 알츠하이머를 치매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알치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질병 중 하나다. 치매는 알츠하이머와 함께 파킨슨, 뇌졸중 등 약 70여개의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거나 뇌세포 골격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은 1890년대 초 이 병을 최초로 진단한 독일인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의 이름을 붙여 명명됐다.
알츠하이머는 7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추정 치매환자 수는 75만488명이다. 이 중 알츠하이머 환자가 72.5%(54만4,104명)로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62.0%(46만5,303명)로 38.0%(28만5,185명)인 남성보다 많았다. 신경과ㆍ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알츠하이머가 발생하는 원인은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이 남성에 비해 오래 살고, 여성호르몬 등 이유로 여성이 남성보다 알츠하이머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70~85세 이상 환자가 93.1%(69만8,704명)였다.
유명인 중 알츠하이머에 걸려 세상을 떠난 이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인사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1994년 담화문을 통해 알츠하이머에 걸렸음을 고백했다. 그는 담화문에서 “나는 인생의 황혼을 향한 여행을 시작하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언제나 찬란한 여명일 것“이라고 밝혀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줬다. 영화 ‘벤허’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찰튼 헤스턴도 2002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음을 고백했다. 그는 2008년 사망했다.
전문의들은 평소 약속이나 책과 영화의 흐름을 놓치고 대화의 맥락이 자주 끊기면 알츠하이머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현국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알츠하이머의 가장 흔한 증상이 기억력 장애”라며 “가족이나 지인들이 걱정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직장에서 과거에 비해 업무를 계획하거나 임무를 완수하는데 부담이 된다면 이 역시 알츠하이머 초기증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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