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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허들을 넘어서] 기존 추출 물질로 새로운 약 만들어… 불안ㆍ우울 증상 개선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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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허들을 넘어서] 기존 추출 물질로 새로운 약 만들어… 불안ㆍ우울 증상 개선 탁월

입력
2019.11.12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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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동국제약의 생약 성분 

과거 중세시대 유럽의 수도사들은 수도원 생활을 하면서 무기력해지거나 불안함을 느낄 때 세인트존스워트(성 요한 풀)를 차로 달여 수시로 마셨다고 전해진다. 마시고 나면 무기력한 증상이 나아진다고 해서 이 식물은 지금도 ‘해피 허브’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에 착안해 외국 기업들은 이 식물을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해 판매해 왔다.

동국제약이 2001년 출시한 여성 갱년기 치료제 ‘훼라민큐’에도 이 식물 성분이 들어 있다. 세인트존스워트와 ‘서양승마’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생약 복합 성분의 훼라민큐는 갱년기 여성의 우울함이나 불안감, 초조함 같은 심리 증상을 개선해주는 약이다. 20년 가까이 훼라민큐를 판매해온 동국제약은 이들 복합 성분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그러던 중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세인트존스워트 단일 성분이 무기력증 개선용으로 널리 복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동국제약은 이를 국내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서울 강남구 동국제약 본사 전경. 동국제약 제공
서울 강남구 동국제약 본사 전경. 동국제약 제공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콩팥 위쪽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티솔이 분비된다. 스트레스 상황이 반복되면 혈액 속 코티솔 농도가 점점 높아지는데, 코티솔 수치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무기력증이나 불안감 같은 심리적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무기력증은 체력이 줄어들거나 떨어지는 무력증과는 다르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뭘 해도 의욕이나 흥미가 안 생기고, 늘 기분이 울적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불안하거나 초조한 증상을 말한다.

동국제약은 세인트존스워트의 꽃과 입에서 추출한 물질로 진행한 기존 연구결과들을 분석했다. 먼저 추출물을 2주 동안 투여한 실험용 쥐의 뇌에선 코티솔이 50%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추출물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했다는 의미다. 또 세인트존스워트 추출물을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 변화도 확인했다. 복용 2주 뒤부터 무기력함이나 불안감, 우울함 같은 심리 증상이 48% 개선됐고, 4주 복용했을 때는 66%, 6주 복용엔 80% 이상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변화 외에도 밤에 잠을 못 이루거나 새벽에 자주 깨는 수면장애 증상이 좋아진 경우도 있다고 동국제약은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동국제약은 세인트존스워트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한 알약 형태의 무기력증 개선제 ‘마인트롤’을 지난달 국내 출시했다. 코티솔 분비를 조절해 피로하고 의욕이 떨어지는 무기력증과 불안ㆍ우울 증상을 개선해 주는 작용을 한다. 기존 제품 속 성분의 효능을 확장 연구해 자체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동국제약 마케팅 담당자는 “스트레스에 따른 무기력증을 방치하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적절한 약 복용과 함께 스트레칭, 명상 등을 병행하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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