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7시 20분(현지 시간) 무렵 대규모 시위로 박스 등이 널브러져 있는 홍콩 사이완호 대로변. 이곳을 지나던 한 경찰이 갑자기 뒤돌아서며 하얀색 후드티를 입은 한 시위 참가자를 무력으로 제압한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던 이 때, 검은 복면을 쓴 시위 참가자가 경찰을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들리는 사격음 소리. 경찰은 불과 1m 앞 복면 시위자의 가슴에 실탄을 발사했다. 총에 맞은 시위자가 도로 위에 쓰러지자 경찰 두어 명이 그를 덮친다. 홍콩 시위의 ‘첫 희생자’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경찰의 실탄 발포로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1일, 홍콩에서 열린 ‘국경절 애도 시위’에 참가한 18살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위중한 상태에 빠졌고 그로부터 사흘 후에도 복면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14세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아 부상을 당했다.

올해 6월9일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에 반대해 홍콩 시민 10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만 해도, 홍콩 당국은 물론 시위에 나섰던 시민들 역시도 일이 이렇게 길고 심각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는 경찰의 과잉ㆍ폭력 진압에 대한 저항으로, 또 중국을 향한 분노와 정치개혁 요구로 번져갔다.

공중을 향한 ‘실탄 경고 사격’에 그쳤던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거듭 실탄을 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던 4일, 캐리 람(林鄭月娥) 장관은 유감 표명 없이 긴급조례를 발동해 집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홍콩 도심은 밤마다 전장으로 변하게 됐다. 이제 홍콩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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