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한달 넘게 농장에서 발생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고강도 방역이 효과를 발휘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돈농가를 중심으로 이동제한 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그러나 야생 멧돼지에서 계속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어 긴장상태는 풀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경기 연천군 양돈농장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한 뒤, 한달 넘게 확진 농장이 추가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내 돼지열병 발생 농장은 △경기 파주시 5곳 △연천군 2곳 △김포시 2곳 △인천 강화군 5곳 등 총 14곳에 멈춰있다. 이번 사태로 살처분(43만5,000마리) 또는 수매 도축(6만5,000마리)된 돼지의 수도 더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돼지열병이 경기와 인천을 제외한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고 조기 종식 기대감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방역 덕분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발생농장 반경 500m 내 돼지를 살처분하도록 정한 긴급행동지침(SOP)을 뛰어넘어 반경 3㎞ 내 모든 돼지는 물론, 강화군과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 내 돼지를 모두 없애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권역별로 이동제한 조치를 시행해 차량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를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돈업계를 중심으로 농장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할 우려가 낮아진 만큼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발생농장에서 바이러스 잔류 여부를 확인하고 접경지역 인근 야생멧돼지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도 강한 조치가 유지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방역당국은 아직 경계심을 늦추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돼지열병 상황점검회의에서 "접경지역은 여전히 위험성이 높고, 다른 지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방역 조치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야생 멧돼지에서 돼지열병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6일 강원 철원군에서 포획된 멧돼지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약 한 달 사이 돼지열병 발병 멧돼지는 23마리로 늘었다. 환경부가 작성한 SOP에 따르면, 돼지열병 ‘심각단계’가 해제되기 위해선 마지막 검출일로부터 4개월 동안 수집된 시료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야 한다. 다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남하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아직까지는 접경지역 멧돼지에서만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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