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질ㆍ방송망 개선 전망…소비자 선택권 축소는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은 이동통신 3사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게 됐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으로 유료방송 시장 2위와 3위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크게 올라, 이 시장에서 경쟁사 없이 1위를 달려온 ‘KT 독주‘ 체제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 절차가 남아 있지만, 기업결합 최대 관문인 공정위 문턱을 넘어선 만큼 유료방송 시장 재편은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인수·합병 절차가 완료되면 유료방송 시장은 현재 통신사와 케이블TV가 경합하는 ‘1강 4중’ 체제에서 통신사가 주도하는 3강 체제로 재편된다. CJ헬로를 인수하면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시장 통합 점유율은 기존 11.9%에서 24.5%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SK텔레콤 역시 티브로드 합병을 마치면 점유율이 기존 14.3%에서 23.9%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다. 경쟁자 없이 독주해온 기존 1위 KT(31.1%)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바짝 뒤쫓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경쟁사들의 추격에 KT도 위기감을 느끼고 케이블TV 업체 3위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으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3%를 넘을 수 없다는 ‘합산규제‘에 발이 묶여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한다면 시장 점유율은 37%가 된다.
업계는 통신사들이 이번 케이블TV 인수를 발판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덩치 키우기’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디어 시장 주도권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유료방송망 고도화에도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손잡고 OTT ‘웨이브’를 출범시켜, 유료방송 분야에서도 콘텐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휴도 IPTV에서 케이블TV를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에 이어 유료방송 시장마저 통신 3사가 80% 이상 점령하면서 향후 요금 인상 등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존 저가형 케이블 TV 서비스만을 이용하길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서비스 폐지나 사용료 인상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공정위가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승인 조건으로 여러 보완 장치를 마련했지만, OTT와 IPTV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장기적인 유료방송 시장 재편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케이블TV 인수 물꼬가 트인 이상 장기적으로 케이블TV 수신료가 인상되고 저가형 케이블TV 상품이 사라질 수 있어, 소비자 선택권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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