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라디오방송서 손전화 선전… 국내업계 “50만원 중가폰 수준”
이동통신 가입자 작년 600만명… 시장 급성장에 제품 개발 박차
북한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3차원 얼굴 인식 기능 등이 탑재된 자체 스마트폰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북한 대남 라디오방송 ‘통일의 메아리’는 9일 손전화기(휴대폰) ‘푸른하늘’을 소개했다. 매체는 이 휴대폰에 대해 “처리 속도가 높고 3차원 초고속 얼굴 인식과 지문 수감에 의한 보안 기능이 있다”며 “여러 가지 우점(장점)을 가지고 있어 수요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제품은 전자공업성 푸른하늘연합회사가 생산했다. 지문ㆍ얼굴 등 생체인식 기술을 적용한 최신 스마트폰을 자체 개발했다고 선전한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이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으로 대만 미디어텍의 ‘MT6757’이 사용됐다. 운영체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7.1.1 누가(Nougat)가 탑재됐고, 배터리 용량은 4,060mAH다. 제품 출시 날짜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내 스마트폰이 2년 전 안드로이드 7.1.1을 적용한 점을 고려하면 기술 격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북한이 공개한 사양만으로 보면 우리나라 중가폰 수준인 것으로 추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장 가격으로 치면 50만원 정도 수준”이라며 “얼굴 인식은 센서만 있으면 되는 기능이라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신 스마트폰을 선전한 건 처음이 아니다. 선전매체 ‘메아리’는 올 9월 “우리식의 새로운 지능형손전화기 ‘길동무’가 출품됐다”며 △지문ㆍ얼굴 인식 △고해상도 액정 등의 기능이 탑재됐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이에 대해 “자체 기술로 제작했다는 주장과는 달리 갤럭시노트8의 복제품(clone)이거나 중국서 생산된 가짜(fake) 갤럭시노트8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북한이 스마트폰 개발에 공을 들이는 건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기 때문이다. 조봉현 IBK 북한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은 지난해 12월 한 세미나에서 북한의 이동통신 가입자수가 60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최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탈북한 주민 11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에 있을 때 휴대폰이 있었냐는 질문에 62.9%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북 제재 장기화로 외화가 부족한 북한 정권에게 스마트폰 사업은 중요한 수입원이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평양 4인 가족의 한달 최소 생활비가 100달러인데 북한산 스마트폰 ‘아리랑’ 가격은 620달러에 달한다.
산림 분야에서도 정보기술(IT)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날 노동신문은 “중요 지구 산림에 산불 감시를 위한 원격감시체계를 구축한 데 토대하여 전국적으로 산불 감시와 예보, 통보 사업을 정보화하는 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