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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경찰까지 대선 불복 시위… 모랄레스 결국 "재선거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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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경찰까지 대선 불복 시위… 모랄레스 결국 "재선거 수용"

입력
2019.11.10 18:05
수정
2019.11.11 00: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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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궁 경찰도 시위대 합류… 곳곳서 항명 움직임

모랄레스 ‘4연임 도전’ 다시 국민 손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9일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스에서 볼리비아 국기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라파스=로이터 연합뉴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9일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스에서 볼리비아 국기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라파스=로이터 연합뉴스

남아메리카 볼리비아에서 지난달 20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불복 시위가 대통령궁 경호 경찰에게까지 확산됐다. 그 외 주요 도시에서도 경찰들이 잇달아 항명을 선언하고 반정부 시위대에 합류하는 등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자 결국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미주기구(OAS)의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선거관리위를 새로 조직하고 다시 선거를 치르겠다”고 10일(현지시간) 물러섰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전날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스에서는 대통령궁을 경비하던 경찰들이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시위대는 이탈 경찰 행렬을 환영하면서 함께 시내 주요 도로를 행진했으며 시위 이후에도 참여 경찰들은 대통령궁으로의 복귀 대신 지역 경찰 본부로 향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시위대에 합류하지 않은 경찰을 상대로 시민들이 ‘시민과 함께 하자’는 구호를 외치자 진압 경찰 역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라파스뿐만 아니라 사법수도 수크레와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산타크루스에서도 경찰의 항명 기류가 나왔다. 경찰의 진압으로 20대 청년이 숨진 코차밤바 경찰들은 사복을 착용한 상태로 코차밤바 경찰서 옥상에서 볼리비아 국기를 흔들며 다른 지역 경찰의 ‘항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코차밤바 경찰은 손팻말을 흔들면서 “경찰을 정부의 정치적 도구로 삼지 말라”고 요청하면서 경찰 총사령관 사퇴를 요구하고 근무조건 개선을 요청했다. 가디언은 “치안 부대가 국가 원수인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정부 시위대도 경찰의 입장 변화에 화답했다.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 반정부 시위대 대표는 경찰의 시위 참여 소식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기쁨의 눈믈을 흘리고 있다. 시민의 편에 서 준 경찰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볼리비아 경찰 측은 일선 경찰이 항명하지 않았으며 “다른 곳으로 배치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일부 경찰의 항명은 대선 개표 조작 의혹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20여일 넘게 계속되면서 모랄레스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 번지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지난달 20일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TSE)는 대선 투표 종료 4시간 만에 개표 83% 완료 결과를 발표했는데 당시 모랄레스 대통령과 야당 후보인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의 득표율 차이는 7%에 불과했다. 하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개표가 돌연 중단되고 다시 시작됐을 때 모랄레스 대통령이 갑자기 큰 표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당선 확실 발표가 이어지면서 조작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개표 조작의 ‘몸통’으로 꼽히는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자신의 지지 기반인 엘알토 지역에서 TV 연설을 통해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국제 인권단체를 향해서도 “볼리비아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반민주 단체에 대항하는 우리의 호소와 함께해 달라”며 중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기세가 연일 거세지고 선거에 부정혐의가 있어 개표 결과를 추인할 수 없다는 OAS 선거감시단의 감사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모랄레스 대통령도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를 다시 실시해 볼리비아 국민들이 새 정부를 민주적으로 선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거 무효 및 재선거 실시를 촉구한 OAS 권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4연임에 도전한 모랄레스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다시 국민들 손에 맡겨지게 됐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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