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전에 정책 성과 급선무… ‘경제ㆍ민생에 집중’ 부각 나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를 29일 남겨두고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ㆍ여야 5당 대표 만찬 회동’에서 적극적인 대야(對野) 소통에 나서며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통과하자마자 ‘경제ㆍ민생에 집중하는 정부’를 부각시키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정부ㆍ여당의 민생 행보가 ‘조국 정국’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정치적 논쟁으로 더는 개혁 과제 추진이 밀려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권 입장에선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책 성과를 최대한 많이 내 ‘정부ㆍ여당 심판론’을 잠재워야 한다.
여권은 경제 성장률이 2%대 아래로 내려갈 경우 내년 총선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성장률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분위기다. 더욱이 경제 성장의 실탄이 될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정부 원안인 513조원을 사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5당 대표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야당 대표들에게 각종 민생 입법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경기 침체로 경제 성장 전망이 좋지 않아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한 야당에 맞서 ‘경제 성장의 마중물로 삼을 내년도 예산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전을 펼친 셈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자리가 자칫 왜곡될까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만찬 회동을 설명하는 별도의 자리를 갖지 않았다. 7월 18일 회동 때 이 대표가 직접 브리핑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야당을 향해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고, 일본 수출 규제 조치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이 말을 아낀 건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야당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모처럼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꼬인 정국을 풀고자 만났는데 여야가 이견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모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차원으로,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여당 대표가 할 얘기가 많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접어드는 이번 주 경제ㆍ민생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 12일 경제 관련 부처 장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있는 14개 시도지사들과 ‘민생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당정청ㆍ지방정부 합동 회의’를 열고 예산 활용 방안을 논의한다. 13일부턴 내년도 예산 관련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슈펴예산 편성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날 충주 청주시에 있는 반도체 관련 업체에 방문할 예정이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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