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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자해적 결정…철회 안 하면 한미관계 전방위로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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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자해적 결정…철회 안 하면 한미관계 전방위로 악화”

입력
2019.11.11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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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전문가 인터뷰]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석좌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아태지역 안보석좌가 8일 워싱턴DC 소재 허드슨 연구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아태지역 안보석좌가 8일 워싱턴DC 소재 허드슨 연구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시한인 23일이 다가오면서 한일뿐만 아니라 한미간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연일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까지 겹쳐 한미 관계가 뜨거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는 8일(현지시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으면 한미관계의 모든 측면이 악화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소미아는 한일 갈등 사안과 분리된 한미일 삼각 협력 구조의 중요 뼈대로 이를 건드린 것은 자해적 결정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종료 결정 철회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까.

“우리는 지금 그 대응을 이미 보고 있다. 많은 고위 관료들이 한국으로 파견되고 있다. 미국은 계속 정보 공유를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평화 시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위기 시에는 비효율적이 될 것이다. (지소미아 종료가) 한일 관계 문제를 푸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양국 협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지소미아를 철회한 것을 비난하고 한미 관계의 다른 부분도 더럽혀질 것이다. 한국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안보를 해쳤다는 게 미국 시각이다. 미국이 호의를 가지고 한국을 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그 협상을 다루는 방식, 주한미군의 미래에 대한 이슈, 북한을 다루는 방식 등 모든 것에 반영될 수 있다. 한국이 겪는 문제마다 이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다.”

_한국에서는 미국이 지소미아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만 일방적으로 압박한다는 불만이 크다.

“지소미아는 안보 구조(Security Architecture)의 뼈대를 이루는 부분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 구조는 특히 1990년대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발전시킨 후에 구축돼 왔다. 내 생각에 북한이 내년에는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북한과 다시 위기를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이 갈라설 것으로 생각하고, 한일 간 분열을 노리는 벼랑 끝 전술과 압박 전략을 가속화할 수 있다. 지소미아는 정보 공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대북 전략에 대해 한미일이 협력하느냐의 상징이다. 지소미아 종료는 북한에 매우 나쁜 신호를 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통제에 화가 났을지 모르지만,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동맹의 기본적 시스템을 건드린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국 정부가 스스로를 해친 상처(Self-inflicted wound)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는 미국의 지지를 해치고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한 것이다. 지소미아 종료 발표 후 미국이 그렇게 빨리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_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한데, 일본이 전혀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중재해야 하지 않나.

“미국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일 간 언쟁을 막고 대화의 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한국이 체면을 살리기 위해 미국이 아베 정부에 수출 규제와 관련한 양보를 하도록 압박해 주기를 바란다면, 이는 미국에 실패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보듯 이는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인데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주권을 존중하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쪽 편을 들려는 것이 아니라, 안보 관계의 중요한 부분은 건드리지 말자는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풀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갖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한국이 그 결정을 철회하는 게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방법을 찾고 한국의 불만을 표출하는 다른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_한미 간에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도 큰 쟁점이다. 미국이 올해보다 다섯 배 많은 50억달러나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닌가.

“50억달러라는 숫자가 제시됐다고 미국이 그 액수로 타결 지으려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동차를 사기 위해 흥정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라. 방위비 분담금은 정치적 이슈가 된 측면도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분담금 증액 자체를 자신의 대선 공약 진전으로 간주할 것이다. 50억달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한국은 미국 정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과거 역사적인 큰 역할을 수행했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_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확실히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적으로 주한미군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의회의 견제 등 많은 제약 조건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주한미군을 2만명 이하로 낮추려 한다면 공화당까지 반발해 큰 정치적 싸움을 야기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불하지 않고 일본과의 관계도 망치고 있다. 북한 문제는 신경 쓰지 않겠다. 우리 군대를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하는 것인데, 이는 동맹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방위비 부담을 줄이는 더 좋은 협상을 원하는 것으로 이는 미국 내에서도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지지가 기본적인 동맹 관계나 방위 공약, 미국의 리더십 근간을 해치려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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