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 '한국의 플랫폼 노동과 사회보장' 보고서
음식배달,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에 종사하는 플랫폼 노동자 2명 중 1명은 플랫폼 업체로부터 업무에 관한 지시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플랫폼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프리랜서)로 일해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보호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한국의 플랫폼 노동과 사회보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노동패널’ 부가조사 결과를 재분석한 결과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근로자의 2.9% 정도로 추정됐다. 이는 앞서 한국고용정보원이 추정한 국내 플랫폼 노동자 규모(국내 전체 취업자의 2.0%)보다 크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프리랜서여서 플랫폼사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지만, 일하는 방식에 대해선 플랫폼사의 가이드라인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성이 있었다. 한국노동패널 조사에서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된 사람들 가운데 ‘일하는 방법, 노동시간ㆍ장소 등에 대한 지시나 규율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비율은 53.5%에 달했다.
플랫폼 노동은 단시간 일자리여서 주된 일자리의 ‘보완재’로 활용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플랫폼 종사자들은 이를 주된 일자리로 활용하고 있었다. 한국노동패널 조사에서 ‘지금 하는 일을 지난 3개월 중 며칠이나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플랫폼 노동자의 74.2%는 ‘60일 이상’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 일을 하루 평균 몇 시간이나 하는가’라는 질문에 ‘5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플랫폼 노동자가 93.4%에 달했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한 회사를 통해 얻는가’라는 질문에도 플랫폼 노동자의 74.0%가 ‘예’라고 답했다.
이처럼 플랫폼 노동자는 임금 노동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하지만, 근로계약 대신 업무위탁(도급) 계약을 체결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므로 사회보험, 수당,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이 개인사업자로 업무 위탁 계약을 맺고 일해온 배달앱 ‘요기요’ 배달원 5명을 근로자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장 연구위원은 “기존 사회보장제도가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구별에 근거해 설계돼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고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게 보호제도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플랫폼 노동과 같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큰 틀에서 산업재해로부터의 보호, 교육훈련 기회 제공, 사회보험 제공 등의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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