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외투 절대 강자였던 ‘롱패딩’이 물러나고 이번 겨울에는 ‘숏패딩’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발목까지 닿을 정도로 내려왔던 패딩 길이가 다리 전체가 드러날 정도로 확 짧아졌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9월과 10월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패딩 매출에서 숏패딩이 차지하는 비중이 71.3%를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패딩 구매 고객 10명 중 7명이 숏패딩을 선택한 셈이다.
현대백화점의 롱패딩 매출 비중은 2017년 9∼12월만 해도 전체 아웃도어 브랜드 패딩 매출의 81%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58.1%로 줄었고 올해 9∼10월에는 15.3%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2017년 8.5%, 2018년 28.2%에 불과했던 숏패딩 매출 비중은 올해 70% 수준까지 치솟았다.
현대백화점이 노스페이스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주력 패딩 상품의 남성용 라지(L) 사이즈를 분석해보니 평균 기장이 72.6cm로 지난해 패딩 평균 길이(108.4cm)보다 35.8cm나 짧았다. 숏패딩의 인기는 홈쇼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홈쇼핑이 유명 디자이너 2명의 숏패딩 제품을 방송한 지난 2일, 30분 동안 약 2억5,000만원의 주문 금액이 기록됐다.
이 같은 숏패딩 열풍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2017년 ‘김밥말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롱패딩 인기가 지난해부터 잦아드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방찬식 현대백화점 아웃도어 바이어는 “복고가 패션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1980~1990년대에 유행하던 숏패딩이 겨울철 ‘핫 아이템’으로 주목 받고 있다”며 “롱패딩보다 실용적이고 다양한 옷에도 매치하기 쉬워 20~30대 고객들이 주로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 겨울이 평년보다 덜 추울 거란 예측이 많은 것도 숏패딩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아웃도어 브랜드와 유통업체들도 일찌감치 주력 상품을 롱패딩에서 숏패딩으로 바꿨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9월부터 노스페이스와 손잡고 숏패딩 판매를 시작했고, 롯데백화점 역시 10월 말부터 고가의 해외 패딩 브랜드 ‘노비스’와 협업해 숏패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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