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등 베를린서 통일 배우기 행사 열어
“저희 조는 통일이 되면 북한의 식당에서 폭탄주를 팔겠습니다. 술을 섞으며 남북한 사람들의 마음도 섞고…” 일순간 행사장 안에서는 와하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쇠네베르크의 한 공유 공간에는 독일과 한반도의 통일을 이야기하기 위해 모인 100여명의 한국인 유학생, 독일 청년들이 가득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베를린지회가 연 이날 행사의 이름은 ‘웬 통일?’. 분단의 아픔, 통일의 필요성을 실감하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통일에 대한 친숙하고 일상적인 다가가기가 이뤄졌다. “한반도가 통일돼 북한에 식당을 열 수 있다면, 뭘 팔고 싶으신가요?” 사회자의 질문에 치킨, 짬짜면, 마카롱 등 발랄한 답변이 쏟아졌다. 이산가족 입장에서 편지 써보기, 남북한 통일 후 국기 그려보기도 이어졌다.
청년의 관점에서 바라본 새롭고 도발적인 의견들도 나왔다. 평화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 달 전 독일에 왔다는 한 유학생은 “독일에 오기 전 여러 선행연구를 보니 북한을 어떻게 바꿔야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더라. 그렇다면 우리는 통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학벌주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우월의식 등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한국 국적의 재일조선인 3세인 김유가(35)씨는 “통일을 논하는 과정에서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뿐 아니라 재일조선인 같은 ‘제3자’의 상황들도 폭넓게 고려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 이주 후 황망하게 한반도 분단을 맞은 재일조선인들에게 남북 분단의 현실은 이산가족의 고통이자 남과 북, 일본 사이에서의 정체성 혼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왜 통일이 되기를 바라냐’는 기자의 질문에 “딱 통일을 바란다기보다도, 일단 얘기로만 들었던 북한의 친척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답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25살이 돼서야 처음 남한 땅을 밟았다. “이제 남은 건 북한”이라고 웃음을 짓는 그는 “(분단으로) 무엇을 잃었고, 또 얻은 것은 뭔지 북한에 가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남북한 간의 더 자유로운 교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를린=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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