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 교수의 비뇨의학 진료실]
날씨가 추워지면 과민성방광이 재발하기 쉬워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여름 동안 괜찮았는데 날씨가 추워지니까 자주 소변이 마렵고 참을 수가 없어요. 그동안 약 안 먹어서 좋았는데. 방광암은 아니죠?” “여행만 가면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요. 물만 마시면 화장실을 가야 해서요. 그나마 화장실이 있는 비행기를 탔으니 망정이지, 고속버스였으면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잠자다 소변 때문에 얼마나 자주 깨는지 잠을 푹 자봤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차트를 보니 Q씨는 소변을 잘 참지 못하고 자주 봐야 하는 과민성방광으로 1년 동안 열심히 치료하고 좋아져 지난 여름에 약 없이 지켜보자고 했던 환자였다. 병원을 다시 찾은 이유는 소변이 자주 마렵고 개운하지 않은 증상이 재발했기 때문이었다.

춥고 바람 부는 날씨를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체온보다 높은 기온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가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방광과 전립선 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비뇨의학과 의사는 전투의지가 불탄다. 밤낮없이 소변이 마려운 과민성방광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재회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여름 동안 잘 조절되고 편안해져서 치료를 잠시 쉬거나 끝났던 환자가 종종 다시 증상이 재발하여 병원을 찾는다. 어째서일까?

과민성방광은 2시간 이상 소변을 참기 어렵고, 소변이 갑자기 마렵거나 마려우면 참기 어려운 증상이 있는 것을 말한다. 때에 따라서는 소변을 못 참고 찔끔 지리기도 한다. 그러니 화장실을 빈번히 가야 해서 아예 물을 마시지 않거나, 내 맘대로 화장실을 갈 수 없는 곳은 피하게 된다. 설거지하다가, 빨래하다가(찬물이 손에 닿거나 물 흐르는 소리를 듣는 다는 등), 과일·주스·물 등을 마시면 곧바로 소변이 마려워진다. 이러니 운동도 어렵다. 추운 날씨 탓에 30분 정도 걸으면 소변이 마렵거나 아랫배가 묵직해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과민성방광은 당뇨병이나 관절염보다 많다. 과민성방광은 방광근육이 신경 이상이든 근육 이상이든 무언가 고장이 나서 소변을 잘 참지 못하고 자주 소변을 보는 증상이다. 쉽게 말해 방광의 센서가 고장이 난 것과 마찬가지다.

방광이 정상이라면 하루에 4~6회, 3~4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본다. 잘 때는 한 번도 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면 소변양은 한 번에 250~350㏄ 내외가 된다. 그런데 과민성방광이 되면 물리적으로 방광이 쪼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양에서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찼다는 신호를 감지해 소변을 보려고 하기 때문에 두 시간도 참기 힘들게 된다.

과민성방광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광질환이다. 소변을 잘 참을 수 있도록 방광을 안정시키는 약이 있다. 대부분은 약에 잘 반응해 소변을 잘 참게 되지만 치료 기간은 3~6개월 이상으로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잘못된 방광의 조절 기능을 정상적으로 만들고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약을 먹는다고 음식을 아무 것이나 먹고, 운동도 하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면 약효도 늦고 합병증도 잘 생기는 것처럼 과민성방광도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방광을 자극할 음식, 생활습관, 변비 등은 고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과민성방광 치료약은 항콜린제(항무스카린제)라는 방광수축억제제와 베타3수용체길항제라는 방광이완증진제다. 약을 먹을 수 없거나 부작용이 있으면 방광 안에 보톡스 주사를 놓아 방광을 얌전하게 만드는 주사 치료도 가능하다.

또 약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약을 쓰지 못한다면 방광 조절 신경의 하나인 천수신경에 실같이 가느다란 신경자극조절기를 넣어 전기적으로 방광을 자극해 조절하는 일종의 방광 페이스메이커 삽입수술인 천수신경조정술 같은 간단한 수술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소변은 자주 보는 게 정상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노화와 함께 방광도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보거나 소변을 참기 어렵거나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2회 이상 일어난다면 그리고 그 증상이 몇 주 이상 지속돼 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비뇨의학과를 찾기를 바란다. 소변 때문에 기저귀나 패드를 차고 찜찜하게 사는 것보다 치료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