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49주기를 앞둔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개악을 멈추고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마포대교 남단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9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노동기본권 강화 △국제노동기구(ILO)핵심 협약 국회 비준 △비정규직 철폐 △사회공공성 강화와 재벌체제 개혁 등을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악안’ 심의에 들어가거나, ‘노조법 개악안’을 상정하는 즉시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단상에 올라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의 정신을 이을 것이라며 출범 직후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실제로 완수하고 현실에 구현된 과제가 도대체 몇 개나 되냐”고 꼬집으면서 “지금은 정부가 노동개악의 운을 띄우면 국회가 더 많은 개악을 요구하는 노동 절망 사회”라고 말했다. 이어 “더 낮은 곳을 향해 조직하고 투쟁하는 전태일 정신이 민주노총의 정신”이라며 “이를 계승하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 소명이자 정부와 자본에 대한 정의로운 저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람슈메이 홍콩노총 건설노조 활동가는 “세계화 아래서 전세계 노동자들이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에서 노동자들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홍콩 노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에 10만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본 집회에 앞서서는 건설산업연맹, 금속노조, 공무원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철도노조등 11개 노조가 여의도역과 마포, 청와대 앞 등지에서 사전집회를 가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자 대회를 마치고 국회의사당 앞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력 105개 부대를 여의도 일대에 배치했다.
한편,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은 이날 낮 12시쯤문재인 대통령 하야 요구 집회를 열었다. 그는 앞서 정치적 성격의 집회를 열면서 종교행사를 명분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모았다는 혐의(기부금품법ㆍ정치자금법 위반)로 경찰에 고발당했지만, 이날도 어김없이 집회 현장에 헌금함이 등장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7일 전 회장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그가 “한기총이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한 문재인 대통령을 먼저 조사해야 한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전 회장은 오후 2시쯤 연단에 올라 “4개월 전 하나님의 성령을 들었다” 며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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