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연패를 노리는 김경문(61)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의 유일한 걱정은 4번 타자 박병호(33ㆍ키움)였다. 예선 2경기 동안 박병호는 중심 타자로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낼 당시 극도로 부진했던 이승엽을 끝까지 4번 타자로 밀어붙여 살려낸 것처럼 박병호를 굳건히 신뢰했다. 타순 변경 역시 당연히 고려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쿠바와 C조 예선 3차전을 앞두고 “(슈퍼라운드 개최지) 일본에 가기 전 박병호가 살아나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전날 캐나다전에서 좋은 타구가 나왔기 때문에 이제 칠 때가 됐다”고 기대했다.
사령탑의 바람대로 박병호는 안방 최종전에서 살아났다. 이날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1회말 첫 타석에서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중전 안타로 대회 첫 안타를 신고했다. 긴 침묵을 깬 뒤 더그아웃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안녕’ 세리머니를 했다. 기세를 몰아 팀이 2-0으로 앞선 5회말 1사 1ㆍ2루에서 1타점 적시타까지 터뜨리고 소속 팀 키움의 ‘K’ 세리머니, 두산의 ‘셀피’ 세리머니를 잇달아 펼쳤다.
대표팀은 계속된 기회에서 김재환(두산)의 1타점 적시타, 양의지(NC)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 김현수(LG)의 1타점 적시타를 묶어 6-0까지 달아났다. 6회말엔 이정후(키움)가 1타점 2루타를 날려 클린업 트리오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안타, 타점을 동시에 기록했다. 이정후가 이어준 2사 2루 기회에서 박병호는 좌중간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워닝트랙에서 상대 좌익수에게 잡혔다.
대표팀이 자랑하는 막강 마운드는 여전히 ‘철벽’이었다. 중남미 팀을 상대로 표적 선발 등판한 ‘잠수함 투수’ 박종훈(SK)은 4이닝 동안 안타 4개와 4사구 2개를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박종훈의 뒤를 이어 차우찬(LG)이 0.2이닝 무실점, 이영하(두산)가 1.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7회초부터는 KBO리그 세이브 부문 2위 고우석(LG)-1위 하재훈(SK)이 1이닝씩 깔끔하게 책임졌고, 9회초엔 이승호(키움)가 1이닝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대표팀 투수들은 예선 3경기에서 27이닝 동안 1점(평균자책점 0.33)만 내주는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A조와 B조에서 각각 3연승으로 1위를 차지한 멕시코는 24이닝 5실점(평균자책점 1.88), 일본은 27이닝 5실점(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했다.
투ㆍ타의 고른 활약으로 쿠바를 7-0으로 완파하고 3연승을 달린 대표팀은 조 1위로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이제 대표팀은 9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 조별 1~2위, 총 6개 팀이 대결하는 슈퍼라운드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슈퍼라운드 첫 경기는 오는 11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열리는 미국전이다. 12일엔 대만과 맞붙고 13~14일 쉰 뒤 15일 멕시코, 16일 숙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출전권이 1장 걸려 있어 슈퍼라운드에 오른 대만, 호주보다 나은 성적을 거둘 경우 도쿄올림픽 출전권도 획득한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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