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계-강성 친박 대립 정리해야… 안철수 합류 여부ㆍ선거법 개정도 중요 변수
야권발 정계 개편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유 우파 통합 협의 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이 곧바로 화답하면서다. 황 대표의 제안 하루 만인 7일 두 사람은 전화통화를 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수 통합’에 당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첩첩이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과거’가 맨 앞에 버티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승민계와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우리공화당 사이에서 황 대표가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 지가 중대 변수다. 변혁 내 국민의당계 수장인 안철수 전 의원이 합류해 통합의 시너지를 키울 수 있을 지, 내년 총선 룰을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2016년 말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바른미래당의 뿌리인 바른정당(창당은 2017년 초), 우리공화당의 옛 이름인 대한애국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분열했다. 개혁보수를 표방한 바른정당은 탄핵에 적극 가담했고, 대한애국당은 탄핵 이후 박 전 대통령 수호자를 자처하며 ‘태극기 부대’를 규합했다. 양측이 서로에게 ‘용서할 수 없는 옛 동지’인 셈이다.
문제는 황 대표가 양측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한국당이 우리공화당에도 손을 내밀면 보수 재건은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려는 황 대표와 달리, 변혁 측은 보수 통합 실무협의체를 담당할 의원을 인선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다. 황 대표의 ‘진정성’을 파악해 보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황 대표가 유 의원 제안에 반발하며 탄핵 이슈를 끝까지 끌고 가려는 강성 친박계(친박근혜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보수 통합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황 대표가 그런 정치력도 보이지 않은 채 개혁 보수와 맞지 않는 사람들까지 안고 가는 건 통합이 아니라 잡탕”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의원이 통합 국면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도 주목된다. 안 전 의원이 귀국해 보수 진영과 손을 잡는다면, 한국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변혁 내 국민의당계 의원들도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보수 통합의 외연이 확장된다는 뜻이다. 대선주자인 안 전 의원의 이름 값만큼 보수 신당의 힘도 커질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안 전 의원이 합류하면 변혁 내 국민의당계 의원 7명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면서 보수 통합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통합의 성과물이 더 커진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안 전 의원이 당장 발을 들일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김형준 교수는 “안 전 의원은 황 대표와 유 의원의 통합 논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친박계를 안고 가는 통합에 안 전 의원이 참여할 가능성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보수 통합 논의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총선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이 통과되면, 21대 국회의 지역구 의석은 28석 줄어드는 대신 준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난다. 선거법을 현재 진보 진영이 주도하고 있지만, 보수 진영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안은 아니다. 단, 한국당과 통합하지 않고 작은 정당들로 남아 있을 때에 한해서다. 보수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 표는 한국당에, 정당 표는 작은 보수 정당에 각각 던져 한국당의 분발을 촉구하는 전략적 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 통합보다는 각자도생이 의석 확보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오면, 한국당과 유승민 신당(변혁), 우리공화당이 물리적으로 결합하지 않은 채 연대만 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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