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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음란물 유포범, 대포통장도 안 쓰고 버젓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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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음란물 유포범, 대포통장도 안 쓰고 버젓이 판매”

입력
2019.11.11 04:40
수정
2019.11.11 10:5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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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경 10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저작권 한국일보]4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조진경(50) 10대여성인권센터 대표. 홍인택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4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조진경(50) 10대여성인권센터 대표. 홍인택 기자

“우리가 직접 잡아보니 너무 간단해서 놀랐을 정도예요.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진작 감시(모니터링)만 강화했어도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최근 아동음란물 유통사범을 적발해 경찰에 넘긴 10대여성인권센터의 조진경(50)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동ㆍ청소년 음란물 근절을 위한 당국의 분발을 촉구했다. 조 대표는 “아동음란물로 문제가 된 다크웹(검색으로 찾기 힘든 웹의 지하세계) 사건도 결국 영ㆍ미 경찰이 모니터링 하다가 범인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고 수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인력이 15만명에 달하는데 우리 15명이 찾아낸 걸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라며 “방심위라도 발견해 고발했다면 이렇게까지 유포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동음란물 유통이 꼭 음지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 대표의 아쉬움은 더 크다. 최근 서구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인 포함 아동음란물 유통조직 단속 사건에서 음란물 유통은 다크웹을 통해 이뤄지긴 했지만, 불법 음란물이 꼭 비밀사이트에서만 거래되는 건 아니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올해 4월 10대여성인권센터는 인터넷에서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을 버젓이 내다파는 20대 초반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A씨는 누구나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는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에 불법 음란물 광고를 올렸다. 음란물을 100개당 1만5,000원에 판다는 글이었다. 고객으로 가장한 센터 측에서 구입의사를 보이자 A씨는 바로 입금계좌를 보내줬는데, 이 계좌는 심지어 A씨 본인 명의였다.

조 대표는 “A씨가 대포통장을 이용할 줄 알았지만 본인계좌를 쓰더라”며 “그만큼 잡히지 않을 거라 안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보낸 363개 영상을 직접 확인해보니 최소 63개의 영상이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에게 불법 음란물을 산 이들은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 대표는 “아동음란물 생산ㆍ유통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우선 단속체계를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아동ㆍ청소년 음란물 단속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공조 부재’를 꼽았다.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을 모니터링하는 방심위와 수사기관 사이 소통 부족으로 음란물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의 아동음란물 검거 건수는 1,567건이었는데, 같은 기간 방심위가 심의 후 수사를 요청하거나 참고자료를 제공한 건수는 19건에 불과했다.

국립미국실종아동센터(NCMEC)가 운영하는 아동, 청소년 대상 성착취 신고 체계인 사이버팁라인 신고 화면. 인터넷 주소 등을 입력해 쉽게 신고할 수 있다. NCMEC 홈페이지 캡처
국립미국실종아동센터(NCMEC)가 운영하는 아동, 청소년 대상 성착취 신고 체계인 사이버팁라인 신고 화면. 인터넷 주소 등을 입력해 쉽게 신고할 수 있다. NCMEC 홈페이지 캡처

미국은 이미 밀접한 공조체계를 가지고 있다. 민관 협력기관인 국립미국실종아동센터(NCMEC)에서 아동ㆍ청소년를 상대로 한 성착취 행위 신고를 받으면 바로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과 수사기관에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을 포함해 성추행, 성매매 등 인터넷상 아동ㆍ청소년 성착취 전반이 신고 대상이다. NCMEC가 운영하는 신고 시스템에 접수된 신고는 2017년 1,020만건에 달한다. 이중 70%는 민간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확인한 신고다.

조 대표는 이번 ‘다크웹 사건’을 계기로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성착취범들은 아동ㆍ청소년 피해자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접근해 길들이기(그루밍)을 통해 영상과 사진을 찍는다”며 “이를 빌미로 협박하고 추가적인 성착취를 한 뒤 최종적으로 성매매 알선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란물은 단지 야동일 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성착취로 이어진다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방심위 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정부기관을 통해서 아동ㆍ청소년 음란물 수사 요청을 받고, 해당 기관에 피해자 지원이나 게시물 삭제 등의 조처를 요구하며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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