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시위 도중 경찰의 진압을 피해 달아나다 추락해 8일 끝내 숨진 홍콩 대학생의 사진을 든 시민들이 거리에서 추모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다 추락한 홍콩 대학생이 끝내 숨졌다. 홍콩 시위 5개월 만에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첫 사망자다. 시위대는 8일 고인을 추모하며 다시 거리로 나섰고, 9일 대규모 집결을 예고하며 경찰에 맞섰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과기대 컴퓨터과학과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이 이날 오전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앞서 4일 새벽 홍콩 정관오 지역 시위 현장 부근 주차장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져 머리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뇌출혈을 일으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병원으로 이송돼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전날 병세가 악화돼 끝내 사망했다.

차우가 왜 추락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홍콩 매체들은 경찰이 사고 현장 부근에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이었고, 고인도 최루탄을 피하려다 변을 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에선 “무장경찰의 체포에서 벗어나려다 사고를 당했다”는 말도 나온다. 명보 등은 6일 목격자를 인용 “추락 이후 급박한 상황임에도 경찰이 구조요원의 응급처치를 방해하고 구급차의 현장 진입을 막았다”고 전했다. 반면 경찰은 “우리가 주차장 건물에 진입한 때는 차우가 추락한 채 발견된 이후”라고 반박하며 언론과 시위대가 제기하는 모든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시위가 본격화된 6월 9일 이후 1주일 만에 30대 남성이 고공시위 도중 추락해 사망하는 등 그간 건물에서 떨어지거나 바다에서 시위 참가자의 주검이 발견되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경찰과 직접 충돌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쳐 목숨을 잃은 것은 전례가 없다. 지난달 5일 복면금지법 시행으로 체포자가 급증하고, 중국이 연일 강경언사로 폭동 진압을 촉구하는 등 시위대를 향한 압박이 고조돼 시위 규모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다시 세를 결집해 반격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특히 시위 과격화에 따른 피로와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충격적인 대학생 사망으로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부각된다면 무게 추가 다시 시민들 편으로 기울 수도 있다. 이에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진선(민진)은 긴급 성명을 내고 “수많은 죽음과 부상에 대한 소문이 떠돌았지만, 경찰의 시위 진압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며 “경찰 진압과 사고의 연관성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라도 그간 시위대가 요구해 온 독립조사위원회 구성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민진은 또 9일을 ‘추모의 날’로 정하고, 시민들에게 검은 리본을 달아 애도를 표하자고 제안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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