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잡겠다며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튿날 자사고 폐지해 부동산 시장 자극
‘타다’ 기소, 北 선원 추방도 조율 안돼
국토교통부는 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동, 용산구 한남동 등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강남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전용 84㎡, 10층)는 최근 호가가 25억원을 찍었다. 이 아파트의 9월 실거래가는 22억원(13층)이었다. 비록 호가지만 두 달새 3억원이 오른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시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서울 주요 대학의 대입 정시 전형 확대를 지시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후 학원이 밀집한 대치동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정시 비중이 확대되면 학원의 역할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1.25%로 인하했다. 시중에 돈이 더 풀린다는 얘기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6일 서울 개포동 등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극약 처방’으로 불리는 분양가상한제를 4년7개월 만에 다시 꺼낸 것은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집값 안정 대책만 벌써 17번째다.

정책은 일관성과 방향성이 중요하다. 앞뒤가 안 맞고 서로 모순되는 정책들이 조율되지 않은 채 쏟아지면 그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한쪽에선 집값을 자극하는 발언과 조치를 내놓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집값을 잡겠다고 몽둥이를 든다. 집값이 잡힐 리가 만무하다.

손발이 따로 노는 엇박자는 이튿날 정점에 달했다. 교육부는 7일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며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사고 등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점도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으로 못박았다.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긴 하지만 조 전 장관 딸이 외고를 다니며 화려한 스펙을 쌓은 게 기름을 부었다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자사고와 외고 등이 일반고로 전환되면 강남권의 일반고 인기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집값을 잡겠다며 분양가상한제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나온 꼴이다. 이쯤 되면 과연 국정 컨트롤타워가 있기나 한건지,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국정 난맥상은 검찰이 최근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기소한 데서도 확인된다. 출범 1년 만에 회원이 120만명을 웃돌 정도로 환영받고 있는 혁신 서비스가 법정에 서게 된 과정을 보면 법무부와 국토부는 물론, 청와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도 각 기관은 여전히 ‘네탓’만 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추진되고 있는 사안인데도 검찰의 기소 방침이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다면 시스템의 문제다. 반대로 보고가 됐는데도 조율이 안 됐다면 누군가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최근 국회에 출석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8월 이후 현안이 많아 미처 상황을 챙겨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임명된 게 9월 초다. 조국 사태 당시 사실상 국정이 마비됐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일부가 북한 해상에서 동료들을 살해한 뒤 도피 중 동해에서 우리 군에 나포된 북한 선원 2명을 판문점을 통해 ‘추방’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이 보고를 받지 못한 것도 혼란상을 보여 준다. 이러한 중대 사안이 일선 부대 현역 중령이 장관을 건너 뛰고 청와대에 직보한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돼 알려진 것도 충격적이다. 지금 이 나라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부 정책 하나하나를 일일이 챙기고, 각 부처가 자신의 업무만 열심히 한다고 성공한 정부가 되는 게 아니다. 상충하는 정책들은 조율하고 시기와 속도는 조정하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대한민국호는 암흑 속에서 표류하고 말 것이다.

박일근 뉴스2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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